
지난달 25일부터 열린 경주에서 열린 'APEC 백스테이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경북도 제공>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린 'APEC 백스테이지'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 행사가 아니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을 포함한 17개국 외국인 유학생들이 직접 기자단으로 참여해, 정상회의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준비 과정을 기록하고 이를 세계에 전하는 문화외교의 실험장이었다.
'백스테이지(Backstage)'라는 이름처럼, 이 프로그램은 화려한 정상회의 무대 앞이 아니라 행사를 뒷받침하는 노력과 과정에 주목했다. 참가자들은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화백컨벤션센터 등 주요 행사장을 찾아 회의 준비 현장을 직접 살폈고, 불국사와 첨성대, 황리단길을 방문하며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했다. 전통공예 체험과 한복 착의, 전통 공연 관람 등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문화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는 통로가 됐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기록자이자 전달자였다. 전직 대사 등으로 구성된 외교 전문 멘토단의 조언을 받으며 각국의 시각에서 취재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기고문으로 엮어냈다. 한 유학생은 "APEC 준비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자국에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자부심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성과는 즉각 나타났다. 러시아, 대만, 브루나이, 베트남 등 각국 언론과 온라인 플랫폼에 이들의 기고문이 잇달아 게재된 것이다. 경주에서의 짧은 경험이 단순한 체험기를 넘어, 한국과 APEC 개최 도시 경주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는 통로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두 가지 점을 주목한다. 첫 번째로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한 문화외교의 효과다. 이들은 한국에서 생활하며 언어와 문화를 익힌 만큼, 단순 방문객보다 현장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두 번째는 정상회의와 같은 거대 담론을 '생활 속 체험'과 결합해 풀어냈다는 점이다. 불국사에서 한복을 입고 웃는 모습, 황리단길에서 전통공예를 체험하는 장면은 APEC의 추상적 가치를 일상의 문화로 구체화하는 힘을 보여준다.
김상철 경북도 APEC준비지원단장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경주의 문화와 APEC 준비 과정을 경험하고 세계에 전한 것이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APEC 성공 개최 분위기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주의 고도(古都) 풍경 속에서 열린 이 작은 백스테이지 체험은, 단순한 행사 너머로 문화와 외교가 교차하는 무대였고, 한국과 세계를 잇는 생활 외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장이었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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