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첫 에세이집 ‘마음의 용도’ 펴낸 변희수 시인…“작가는 문장으로 마음을 우아하게 소비하는 사람”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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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3 17:45  |  수정 2025-09-14 14:30  |  발행일 2025-09-14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데뷔한 뒤 경향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된 변희수(필명) 시인이 최근 에세이집 '마음의 용도'를 펴냈다. 시집 세 권과 동시집 한 권을 포함해 다섯 번째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시인만의 태도와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읽고 쓰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예술로 인식한다. 대구 정호승문학관에서 상주작가로 활동하는 그를 지난 10일 만났다. 그간의 근황과 새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첫 에세이집 마음의 용도를 펴낸 변희수 시인. 지난 4월부터 대구 정호승문학관에서 상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첫 에세이집 '마음의 용도'를 펴낸 변희수 시인. 지난 4월부터 대구 정호승문학관에서 상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시인은 첫 등단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2011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시 부문) 당선 통보 전화를 받았을 때 수화기 너머 목소리까지도 기억한다. 시인은 "작가들에게 상금은 문학상의 위상을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당시 영남일보 신춘문예 상금이 웬만한 중앙 일간지보다 컸다"며 "그만큼 그때도 문단에서 문학적 신뢰도가 높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심사위원이 평소 존경하던 이하석 선생님이라 더 의미 깊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넓게 활동하고자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도 응모했고, 당선됐다.


응모 당시 필명을 '희수'로 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작품 자체로만 평가받고 싶어서였다. 그는 "요즘은 그러지 않지만, 당시엔 여성 시인들에게 여류(女流)시인이라는 호칭이 따라붙는 분위기였다"며 "작품이 성별에 가려 평가받는 게 싫어 남녀 구분이 드러나지 않는 중성적인 이름을 택했다"고 밝혔다.


시인은 그간 세 권의 시집 '아무것도 아닌, 모든' '거기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민의 기분'과 동시집 '가끔 하느님도 울어'를 펴냈다. 시집 세 권은 모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나눔도서에 선정됐다. 2013년 천강문학상, 2020년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대구 정호승문학관 상주작가로 활동하며 지역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마음의 용도/변희수 지음/연암서가/239쪽/1만7천원

마음의 용도/변희수 지음/연암서가/239쪽/1만7천원

이번에 출간한 에세이집 '마음의 용도'는 다섯 장으로 구성됐다. △표현주의자들 △거울을 의심하는 사람 △대화용 식탁 △사물중독자 △현실을 여행하는 생활자다. 첫 장은 글쓰기에 대한 시인만의 태도가 담겨 있다. 두 번째 장은 예술, 세 번째 장은 음식, 네 번째 장은 일상의 사물, 마지막 장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글쓰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소재가 다양하다. 군데군데 글과 관련된 사진도 함께 실려 시인의 일상과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우아하다는 것은 안이 바깥으로 스며 나온 것이다. 우아라는 아우라, 그것은 세계의 고유함이 바깥으로 확장될 때 드러난다. (중략) 글쓰기라는 작업에서 우아라는 아우라는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44쪽, '우아' 중)


특히 첫 번째 장에 실린 '우아'는 글쓰기에 대한 시인의 철학이 잘 드러난다. 시인은 "우아함은 몸짓으로 실천된 결과물이 자아내는 최종적인 분위기"라며, 우아한 문장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시인은 "책 제목(마음의 용도)을 언뜻 보면 자기계발서 같지만, 작가의 자세와 태도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며 "작가란 결국 문장을 통해 마음을 우아하게 소비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에세이집이지만 작품들은 하나의 산문시 같다. 서정성과 논리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시인은 어떤 사물이나 개념, 관념을 가져와 자신만의 사유로 확장시킨다. 시인은 "에세이지만 시 같이 읽히는,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에서는 비논리가 허용되지만 에세이는 논리가 필요하다"며 "논리를 지키면서 시적인 문장이 쓰는 일이 쉽지 않다. 이번 책을 쓰며 가장 공들인 부분이 그 점"이라고 밝혔다.


시인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가장 사교적이면서도 개별적인 공간이다. 시인은 이번 책이 독자들에게도 그런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한 점 점처럼 앉아서 무엇인가를 틈틈이 읽고 있을 지구인들, 나의 동료들에게 이곳이 허술하지만 마음에 남는 장소이기를. 그리고 또다시 훌쩍 다른 장소를 찾아서 떠나길.'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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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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