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디미방<경북도 제공>

수운잡방<경북도 제공>
조선시대 양반가의 부엌에서 시작된 고조리서 두 권이 국제무대 등장을 앞두고 있다. 경북을 대표하는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이 최근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아·태기록유산) 등재 후보로 뽑힌 것.
경북은 이미 한국의 유교책판, 만인소, 내방가사, 편액 등을 세계기록유산에 올린 경험이 있다. 이번 성과는 경북이 '기록문화의 보고'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다. 등재 여부는 내년 6월 열리는 유네스코 아·태 총회에서 최종 판가름 난다.
아·태기록유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중한 기록물을 보호·계승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목록이다. 등재가 확정되면 관련 학술 연구와 문화 교류는 물론, 지역 관광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수운잡방'은 안동 광산 김씨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는 조리서로, 16세기 중반 김유와 손자 김령이 저술했다. 술 빚는 법과 음식 만드는 방법 122항목을 담았으며, 민간에서 쓰인 최초의 조리서로, 2021년에는 조리서로는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됐다.
'음식디미방'은 17세기 장계향이 집필한 한글 조리서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면병류, 어육류, 주류, 식초 담그기 등 네 영역에 걸쳐 146개 조리법이 담겨 있다. 두 책은 남성과 여성의 지식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드문 사례로, 공동체와 가계 전승이라는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증류주·발효주 등 두 책에만 전해지는 독창적 조리법은 지식이 한 가문을 통해 어떻게 전승됐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학계에서는 "성리학적 생활 규범과 실용 지식이 함께 담겨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번 성과는 전통 음식문화의 세계화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지역 고유의 음식문화를 브랜드화해 식품산업과 관광산업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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