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아람 작.<021갤러리 제공, © 2025 박아람>
"이미지로 포착될 수 없는 것을 탐구하려 했습니다."
021갤러리(대구 동구 안심로 54, 1층)는 오는 12월5일까지 박아람 작가 개인전 'LUX'를 개최한다.
라틴어로 '빛'을 뜻하는 전시명처럼, 박 작가는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빛과 마음, 그리고 구조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11점의 신작 회화들을 선보인다.
전시작들은 회화의 조형언어에 대한 오랜 실험의 결과물이다. 박 작가는 이미지로 포착될 수 없는 '마음의 상(像)'을 탐구하는 과정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았다. "이미지가 넘치는 세상에서 이미지를 하나 더 보태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박아람 작.<021갤러리 제공, © 2025 박아람>

박아람 작가가 021갤러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021갤러리 전시장 전경.<021갤러리 제공>
전시작들은 겉으로 보면 마치 사방으로 퍼지는 빛의 형태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엄격한 질서가 숨어 있다. 박 작가는 스프레드시트의 행렬 구조에서 착안해, 색을 행렬의 위치를 표시하는 '인덱스(색인)'로 사용한다. 마치 컴퓨터가 개념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처럼, 각 색깔의 셀이 만나는 지점이 이동할 다음 위치를 가리키는 방식이다.
박 작가는 이를 두고 "마음속에서 색의 행렬을 펼쳐가는 작업"이자 "마음을 색으로 빚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의 컴퓨터 개념 원리(유니버설 튜링 머신)를 참고했으며, 이는 단순한 시각화가 아닌 '운동 자체를 발생시키는 작업'으로 귀결된다. 작품은 정지된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마음의 동적인 질서를 생성해내는 일종의 '포털'로서 기능하는 셈이다.
작업 과정에도 특유의 집요함이 담겨 있다. 모눈종이나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해 스케치한 후, 캔버스에 페인트와 스텐실 브러시로 직접 찍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박 작가는 스프레이를 쓰지 않고 일일이 붓으로 찍는 이유에 대해 "이 지점에서 계속 다른 곳(행렬 상의 임의의 위치)을 찍는 것 같은 감각으로 작업을 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생각하는 다른 곳'을 향한 일종의 행위 예술인 것이다. 실제로 전시작 중 세포처럼 증식하는 패턴의 작품은 한 칸에 하루가 걸렸으며, 총 25칸이 쉬는 날 없이 작업돼 약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됐다.
021갤러리 관계자는 "반복적이고 고된 노동 끝에 박아람 작가는 '마음에 비친 운동'을 구현해냈다. 그의 작품을 통해 이미지와 실재가 불가분하게 엮이는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월 휴관.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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