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성 '無. 生. 物'
대구 달서아트센터는 오는 25일까지 센터 별관 달서갤러리에서 DSAC 특별기획전 '채집된 생명 : 포착된 진화'展(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영성(회화)·최수앙(조각) 작가가 참여하는 가운데 동시대 생명과 인간의 공존 윤리, 그리고 존재의 진화론적 위치를 예술적 시각으로 탐구한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회화의 국내 최고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영성은 달팽이, 물고기, 곤충 등 보잘것없는 작은 생명체를 포착한다. 김 작가는 이 생명들을 극사실적으로 확대·재현하며, 동시에 금속과 유리, 기계적 오브제와 결합해 물질문명 속에 위태롭게 갇힌 생명의 현실을 은유한다.
김 작가의 작업은 일반적 유화의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캔버스 전체를 픽셀 단위로 분할한 뒤, 세필을 이용해 색을 한 겹 한 겹 정밀하게 올리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마치 사진을 압도하는 정밀함으로, 실제 사물의 무늬와 피부 질감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집착에 가까운 디테일을 보여준다. 김 작가는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 대상에 대한 애착과 관찰을 작품의 알고리즘으로 삼아 생명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러한 고난도의 작업은 오랜 시간을 요구하며, 관람객들은 "이것이 사진이 아니라 회화인가"라는 직관적 호기심을 품게 된다.
김영성 작가는 "미물로 여겨지는 작은 생명들을 동시대 미술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의 환경 문제나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최수앙 'Reflection(작품 일부)'
최수앙 작가는 극사실적인 인체 조각을 통해 사실과 변형의 경계를 탐구하며 '포착된 진화'라는 주제를 이끈다. 레진 조각과 유화 채색을 활용한 그의 작업은 정밀한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인체를 구현하지만, 단순한 재현을 넘어 형상을 과감하게 변형시키거나, 혹은 신체의 일부분(손과 발 등)을 비정상적으로 강조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최 작가가 현 시대의 사회적 현상과 인간의 존재론적 변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인이 감추고 싶어 하는 감각의 과잉이나 결핍을 인체 변형을 통해 드러낸다. 이러한 변형과 조합, 해체를 통해 "앞으로 인간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최수앙 작가는 "예술이라는 것은 무언가 답변하기 명료하지는 않지만 인류 역사상 계속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그런 영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미술을 쉽고 직관적으로 경험하도록 기획된 점이 특징이다. 두 작가의 극도로 사실적인 작품을 통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미술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려 했다.
달서아트센터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눈앞의 정밀한 작품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재 의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공휴일 휴무. (053)584-8968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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