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산격동의 옛 경북도청 부지는 당초 '대구의 문화예술 허브'로 지정됐었다. 미술과 뮤지컬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문화인프라를 구축키로 결정난 바 있다. 이 같은 복안은 홍준표 전 시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혼선을 빚었다. 대구시가 문화 허브 장소를 달성군 화원읍 옛 대구교도소 부지로 변경할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한 탓이다. 경북도청 부지 전체를 대구 도심융합특구로 개발한다는 대안이었다. 문화부는 지난해 8월 이를 거절하고 원안대로 도청 부지 일부(4만2천㎡)에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구의 숙원인 문화 허브 프로젝트는 하염없이 지체됐다.
지난 15일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승수 의원(국민의힘·대구 북구을)이 최휘영 문화부 장관을 상대로 예비타당성 조사 재추진을 비롯한 사업 방향을 캐물었고, 최 장관은 "지역문화의 거점별 균형발전 차원 의지를 가지고 적극 추진하겠다"고 확약했다. 문화부의 원래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의미다. 경북도청 부지 문화 허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이전 정부의 약속을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지켜나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대구 문화 허브에는 대구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비롯한 대형 문화인프라가 집중 조성된다. 국립근대미술관의 경우 대구가 근대미술의 확고한 토대를 갖고 있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 뮤지컬콤플렉스는 뮤지컬 도시 대구의 위상을 확실히 보강해줄 시설이다. 도시 경쟁력이 문화적 토양의 깊이와 넓이에 따라 결정되는 현실에서 본다면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 한국문화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의 세계적 열풍에서 보듯 문화의 힘이 한 나라의 위상을 좌우하는 시대다. 더구나 인구 235만의 지방도시 대구로서는 서울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공연 시설과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좁혀야, 인구 감소와 도시자원의 후퇴를 최소한 저지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김승수 의원은 이번 국감 질의에서 "어떤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지역 문화 인프라 구축은 국가적 사업이다"고 상기시켰다. 정권이 바꼈지만 정부가 약속한 인프라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경북도청 부지는 국가소유 부지이다. 국가가 적절한 활용방안을 마련해 지역민에게 되돌려 주는 것은 국가적 책무이기도 하다. 정부는 약속대로 국제적 주목을 끌 수준의 문화타운을 대구에 건립해 도시의 경제·사회·문화적 역량을 한껏 끌어올려 주길 바란다. 대구시도 문화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 관련 절차가 명쾌하게 진행되도록 행정의 주목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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