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경주 도심 달리는 차량마다 ‘APEC 깃발’ 펄럭…전신마비 장애인의 조용한 헌신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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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9 16:26  |  발행일 2025-10-29
최광훈 서울장애인자립생활지원협회 대표
‘태극기 달기 운동’서 영감, 3년 연구 끝 차량용 깃발 완성
“국민이 함께해야 진짜 의미” 김 총리 말에 마음 움직여
2천장 깃발, 한 사람의 의지가 만든 국민 APEC 응원 물결
경주시 관용 차량에 APEC 2025 KOREA 로고와 나비 모양 엠블럼이 새겨진 차량용 대회기가 부착돼 있다. 전신마비 장애인 최광훈 서울장애인자립생활지원협회 대표가 직접 제작해 경주시에 기증한 것으로 APEC 정상회의를 맞아 시민 참여와 응원의 상징이 되고 있다. 장성재 기자

경주시 관용 차량에 'APEC 2025 KOREA' 로고와 나비 모양 엠블럼이 새겨진 차량용 대회기가 부착돼 있다. 전신마비 장애인 최광훈 서울장애인자립생활지원협회 대표가 직접 제작해 경주시에 기증한 것으로 APEC 정상회의를 맞아 시민 참여와 응원의 상징이 되고 있다. 장성재 기자

경주시내 도로를 달리는 택시 차량이 APEC 2025 KOREA 문구와 엠블럼이 새겨진 차량용 대회기를 달고 있다. 경주 전역에는 APEC 정상회의를 알리는 현수막과 깃발이 설치돼 도시 전역이 행사 분위기를 띠고 있다. 장성재 기자

경주시내 도로를 달리는 택시 차량이 'APEC 2025 KOREA' 문구와 엠블럼이 새겨진 차량용 대회기를 달고 있다. 경주 전역에는 APEC 정상회의를 알리는 현수막과 깃발이 설치돼 도시 전역이 행사 분위기를 띠고 있다. 장성재 기자

최광훈 서울장애인자립생활지원협회 대표는 직접 개발한 2025 APEC 정상회의 차량용 대회기 2천장을 경주시에 기증했다. 장성재 기자

최광훈 서울장애인자립생활지원협회 대표는 직접 개발한 2025 APEC 정상회의 차량용 대회기 2천장을 경주시에 기증했다. 장성재 기자

경주 지역을 오가는 택시와 관용차는 물론 일반 차량에도 'APEC 2025 KOREA' 문구와 엠블럼이 새겨진 대회기가 걸려있다. 관공서에서 APEC 정상회의 홍보용으로 지급한 깃발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깃발 하나마다 최광훈 서울장애인자립생활지원협회 대표(68)의 정성과 의지가 담겨 있다. 그가 직접 만들어 경주시에 기증한 소품이기 때문이다.


최광훈 대표는 전신마비 장애인이다.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지만 "국민이 함께해야 진짜 의미가 있다"는 마음으로 직접 행동에 나섰다. 그가 전달한 차량용 대회기 2천장은 지금도 경주 전역에서 바람을 타고 펄럭이고 있다.


최 대표는 "예전부터 태극기 게양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자발적으로 국기를 다는 사람이 10%도 안 되더라"며 "나라 행사는 국민이 함께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 해 전부터 자동차용 국기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다.


국기법상 차량에 부착할 수 있는 위치가 정해져 있었지만 그 기준을 만족하면서 시속 100km 주행에 견디는 제품은 없었다.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최 대표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설계를 반복 수정하며 3년 간 연구를 이어갔다. 그 결과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주행 중에도 안전한 차량용 깃발을 완성, 특허도 획득했다.


판매는 순탄하진 않았다. 그는 "태극기를 달면 '색깔이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만든 제품이 빛을 보지 못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다시 용기를 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을 모으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이 계기였다.


최 대표는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그래, 이건 나 같은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일이다. APEC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행사잖아. 깃발 하나라도 국민이 함께 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준용 경주시 APEC준비지원팀장은 "최광훈 대표의 대회기 기증은 장애를 넘어선 헌신의 상징이자, 국민이 함께 만드는 APEC의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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