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경주, ‘골든 신라’ … XR 관광버스, 고대 신라 달린다

  • 구경모(대구)·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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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9 17:24  |  발행일 2025-10-29
현실 위에 겹쳐진 신라 천년, 보문단지서 출발한 시간여행
황룡사 하늘에 솟은 ‘황금빛 용’… 몰입감 극대화한 XR 기술
“경주 천년 문화 재해석한 새로운 관광자원”
28일 오전 APEC을 맞아 경북 경주 보문단지에서 XR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28일 오전 APEC을 맞아 경북 경주 보문단지에서 XR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28일 오전 10시쯤, 경북 경주시 신라공원 한편에 황금빛으로 '골든신라(Golden Silla)XR' 문구가 반짝이는 45인승 버스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골든신라'는 XR(확장현실)기술과 천년수도 경주의 문화유산이 결합된 '타임머신형 관광 콘텐츠'다.


출발과 동시에 실내 천장과 창문에 경주 APEC 마스코트인 나비가 떠올랐고, 화면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스피커에서는 영화관처럼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승객들은 숨을 죽인 채 창밖을 바라봤다.


창문이 투명 스크린으로 전환되자 버스는 불국사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외부 풍경 위로 고대 신라의 장면이 겹쳐졌다. 황금빛 기와지붕의 불국사가 3D 영상으로 재현돼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릉원을 지나 첨성대 방면으로 향하자 신라인들이 별을 관측하는 장면이 이어졌고, 첨성대가 층층이 쌓여 올라가는 건축 장면이 펼쳐졌다.


하이라이트는 황룡사지 구간이었다. 버스가 황룡사 복원 터에 다다르자 창밖 하늘에 황금빛 용 한 마리가 나타났다. 거대한 용이 버스를 휘감으며 좌석 위로 몸을 틀었다. 빈터 위에는 황룡사의 9층 목탑이 차츰 세워지고, 금빛 지붕이 빛을 발하며 완성됐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셔터 소리가 잇따랐다.


28일 오전 APEC을 맞아 경북 경주 보문단지에서 XR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28일 오전 APEC을 맞아 경북 경주 보문단지에서 XR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탑승객 김태목(30·서울)씨는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웅장한 영상과 영화관 같은 소리에 놀랐다"며 "창문이 영상으로 바뀌면서 거리가 용이 튀어나오는 순간 버스가 아닌 놀이기구를 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XR 버스 내부는 14인승으로 개조돼 여유로운 좌석 간격을 유지했다. 외부에서는 어둡게 보이지만, 내부는 밝고 따뜻했다.


특히 탑승객 얼굴을 인식해 신라 복식 캐릭터로 변환, AR 영상 속에 등장시키는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신라인으로 변해 화면 속에 등장하자 승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버스는 서편 환승주차장을 출발해 월성지구와 황룡사지를 거쳐 다시 환승센터로 돌아오는 순환 노선으로 하루 세 차례(오전 10시, 오후 1시, 오후 5시 30분) 운행된다. 구간 운행 시간은 약 2시간. APEC 이후에는 양동마을과 문무대왕릉을 포함하는 관광 코스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편, '골든신라'는 경북도와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동으로 추진한 XR(확장현실) 기반 관광 프로젝트로, 총사업비 약 20억원이 투입됐다. 내부 천장까지 풀 영상을 적용한 사례는 전국에서 경주시의 '골든신라'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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