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북도청 앞에서 열린 영풍석포제련소 이전·폐쇄 반대 집회에서 봉화·태백·석포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투위 제공>
"정부는 아픈 곳을 치유하는 의사가 되어야지, 칼을 먼저 드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4일, 경북도청 앞은 봉화·태백 주민들의 구호로 메아리쳤다. 봉화군 석포면과 강원 태백시 주민들로 구성된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가 영풍석포제련소의 이전·폐쇄 논의 중단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그들의 손에는 "이전은 곧 폐쇄, 지역 생존권 말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공투위는 성명서를 통해 "경상북도와 중앙정부가 일부 환경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에 치우쳐 제련소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는 지역의 생존을 송두리째 빼앗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련소는 1970년 설립된 이후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지역경제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석포면 주민 약 2,000여 명 중 상당수가 제련소와 협력업체에 종사하고 있으며, 봉화군 전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공투위는 "제련소가 사라지면 지역공동체는 붕괴하고 수많은 가정의 생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와 경북도는 주민들이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생존권이 걸린 사안에 주민의 목소리가 빠진 정책 결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투위는 제련소의 환경 개선 노력을 근거로 일방적 폐쇄론에 반대했다. "석포제련소는 2019년부터 매년 1,000억 원가량을 환경 개선에 투자해왔으며, 폐수 무방류 시스템 구축과 오염 확산 방지시설 운영을 통해 수질이 환경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제련소 인근 낙동강 상류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 서식이 확인되면서, 공투위는 이를 '환경 회복의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제련소 주변의 토양 중금속 오염이 장기적 환경위해를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경북도는 석포제련소 이전을 위한 TF팀을 가동하고 있다. 산업과 환경의 균형, 그리고 지역 생존권의 보장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대립의 수렁 속에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환경정책은 대립이 아닌 협력 속에서 완성된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민을 배제한 행정적 접근을 멈추고, 상생 가능한 공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화군민과 태백시민이 외치는 '제련소 사수'의 구호는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반세기 동안 산업과 함께 살아온 지역의 역사이자, 산업과 환경의 공존이 가능한 미래를 향한 절박한 호소다.
이전이냐 존치냐의 이분법을 넘어,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품을 '제3의 길'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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