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쯤 영천의 신성일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벽면 전시를 바라보고 있다.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신성일은 우리 시대 스타죠. 힘든 시절, 신성일 영화는 정신적 위로였어요."
25일 오후 1시쯤 경북 영천 괴연동의 신성일기념관. 2층 전시실을 가득 메운 고(故) 신성일의 기록물들 앞에서 이희순(여·75)씨는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대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그는 "신성일 배우가 극장에 와서 쇼를 하면 학교도 안 가고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가 정말 그립다"고 말했다.
기념관은 지난 22일 문을 연 직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70~80대 고령층이 주 방문객들이다. 박정호 관리자는 "개관 첫 주말 1천200명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오늘도 오픈 시간(10시)보다 이른 오전 9시 30분부터 관광버스가 들어왔다"며 "오늘 관람객은 지금(오후 1시 기준)까지 200명은 족히 오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문객들은 대구경북 지역은 물론, 경기 부천, 충북 청주, 강원도 등 전국 곳곳에서 찾아오고 있다. 박 관리자는 "70~80대에게 신성일은 요즘 시대 차은우·변우석을 합친 것보다 큰 존재"라며 "전시관을 둘러보며 젊은 시절을 떠올리고, '정말 잘 지었다'고들 하신다"고 전했다.
영천의 신성일기념관 1층 실감영상실에서 신성일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영천 신성일기념관에 배우 고(故) 신성일의 기록물들이 전시돼 있다.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1층에는 신성일 삶과 영화 세계를 미디어아트로 감상할 수 있는 실감영상실과 8천512장의 사진을 모아 만든 대형 모자이크 초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2층에서는 그의 58년 배우 인생을 아카이브한 아트월과 그의 서재, 트로피와 상패, 배우 엄앵란과의 결혼식 당시 착용한 예복 등이 전시돼 있다. 이날 전시를 둘러보던 이들 사이에선 "성형도 안 한 얼굴인데, 지금 봐도 정말 잘생겼네", "우리 시대 최고의 스타였지", "신성일이 대종상도 받았었네" 등 감탄이 이어졌다.
기념관의 분위기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곳은 단연 체험존이다. '뉴스타 페스티벌' 코너에는 '360도 파노라마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관람객들은 단상에 올라서 시상식장을 배경으로 '배우가 된 나'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 이희순씨는 360도 촬영을 마치곤 "너무 신선하고 좋다"며 "나이가 제법됐는데도 청춘인양 느꼈다. 새롭게 젋어진 느낌이 든다"고 웃었다.
25일 영천의 신성일기념관을 찾은 관람객 이희순씨가 360도 포토부스 체험을 하고 있다.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영천의 신성일기념관에서는 360도 포토부스 체험을 한 뒤 개인별 촬영 영상을 제공한다. <신성일 기념관 제공>
영화 '맨발의 청춘' 속 음악다방을 재현한 세트장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정면의 카메라를 향해 대사를 읊조리며 연기하면 금세 그 영상이 벽면 스크린으로 재생된다. '충무로 스타커플' 신성일·엄앵란 부부처럼 결혼식 주인공이 돼 사진을 남기는 체험도 인기 있었다. 이동귀(여·72)씨도 "신성일기념관이 생겼다는 소식에 경주에서 왔는데, 정말 잘 꾸며놨다"며 "향수도 살아나 좋다"고 했다.
25일 경북 영천 신성일기념관에 마련된 세트장에서 한 관람객이 마치 배우가 된 듯 연기체험을 하고 있다. 이나영기자 2nayoung@yeongnam.com
영천은 신성일이 여생을 보낸 지역인 만큼, 그를 개인적으로 추모하는 관람객도 있었다. 전시를 둘러보던 이한봉(88·영천)씨는 신성일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그는 "신성일씨가 (영천에서) 집 짓고 준비할 때부터 친구처럼 지냈다"며 "영천에 와서 저를 제일 먼저 알아본 사람이었는데 참 아쉽다. 개관하고 나서 그가 생각나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신성일은 대구 출신으로, 2008년 5월 영천 한옥 '성일가'에 입주해 여생을 보내다 2018년 11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성일가 앞뜰에는 그의 유골이 안장돼 있다. 영천시는 2020년 9월 유족으로부터 성일가 단독 주택과 주변 필지를 기부채납 받은 후 기념관 건립에 착수했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