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AI, 막기만 할 것인가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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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3 17:35  |  발행일 2025-11-13

최근 AI 부정행위가 연세대·고려대·서울대 등 유수 대학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학생들은 온라인 시험의 허점을 파고들어 몰래 AI로 답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학생 탓'으로만 돌리기엔 구조적 허점이 크다. 하버드대 등 해외 주요 대학은 이미 AI 사용 기준을 세밀하게 마련했지만, 한국 대학 대부분은 여전히 '허용 범위'조차 없다.


이 혼란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교 현장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키우는 두 아이만 봐도 극단이 갈린다. 첫째의 선생님은 "AI는 절대 쓰면 안 된다"고 말한다.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고, 학생에게 생각의 힘을 약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수업은 또 AI 교과서로 진행된다. 아이 입장에선 '쓰지 말라면서 쓰는' 모순과 혼란만 쌓인다. 둘째는 정반대다. 선생님이 오히려 "AI를 빨리 배워야 한다"고 권한다. 글쓰기를 하든, 요약을 하든, 올바른 사용법과 윤리를 함께 가르치자는 입장이다.


문제는 그 중간 어디에도 '학교의 공식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반에서는 AI를 금기시하고, 어떤 반에서는 오히려 권장한다. 이런 혼란 속에서 아이들이 숙제를 AI로 대신하거나 일기를 AI에게 써달라고 하는 일도 흔해졌다. 이제 더이상 '누가 규칙을 어겼나'를 따지보다, 규칙 자체가 있었는지부터 묻는 게 먼저일듯하다.


AI 세대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금지나 처벌보다 명확한 기준이다. AI를 쓰지 못하게 할 것이라면 왜 금지하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금지 기간은 어디까지인지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덴마크는 최근 15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강력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학생에게 해롭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선을 긋는 방식이다.


반대로 AI를 사용하게 할 거라면 윤리교육과 활용 기준을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 허용 범위, 시험에서의 금지 조항, 과제에서의 사용 방식, 적발 시 기준 등 'AI 리터러시(literacy) 규정'을 수업 계획서 단계에서 명문화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AI를 완전히 금지하지 못할 시대라면, '어떻게 잘 쓰는가'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어차피 사회에 나오면 말이 달라진다. 기업은 AI 활용을 적극 권장한다. AI를 잘 쓰는 직원이 업무 효율을 올리고, 비용을 절감하고, 속도와 성과를 좌우하는 시대다. 학교에서는 "AI 쓰지 마라"고 배운 학생이, 사회에 나와서는 "왜 AI를 안 쓰냐"는 이야기를 듣는 구조는 분명한 모순이다. AI는 이미 교육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에 들어왔다. 지금 고민할 시기는 넘어섰다.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때다. 금지할 것인가, 제대로 가르칠 것인가. 선택은 단호하고 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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