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윤동주 시인 추모행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 류시경 시인·대구문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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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7 06:00  |  발행일 2025-11-16
류시경 시인·대구문인협회 자문위원

류시경 시인·대구문인협회 자문위원

가수 윤형주가 대구문학관에 특강을 왔었다. 윤동주 시인의 6촌 아우였기에 그의 특강 소식을 듣고 단숨에 달려갔고 '조개껍질 묶어' 등 세시봉 노래의 진수를 만끽했다.


필자는 대학원 논문에서 윤동주의 시를 분석한 바 있다. 논문을 쓰면서 후쿠오카 감옥에서 시신을 수습해온 분이 윤동주보다 다섯 살 많은 종숙 윤영춘(1912년생)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윤형주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했다. 윤형주가 형님인 동주의 시에 곡을 붙이고 싶어 부친께 말씀드릴 때마다 부친은 "동주의 시는 그 자체가 음악이다. 곡은 무슨" 하며 손도 못 대게 했다고 귀띔해줬다.


올해가 윤동주 시인 탄생 108주년이 되는 해이다. 2019년 8월 이상화기념사업회에서 '중국 항일 유적지 톺아 보기' 행사로 윤동주 생가(용정)를 방문하였다. 첫눈에 들어온 '중국 조선족 유명 시인 윤동주 생가'라는 거대한 사회주의 풍의 간판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순간 윤동주 시인을 중국에 빼앗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동북공정이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그에 앞서 광개토대왕비를 관람하고 오던 중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광개토대왕비는 비석 전체를 통유리에 완전히 밀봉해서 한국인 출입은 통제하고 중국 관람객들에게만 개방적인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중국 가이드는 바보 같은 한국인들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긴다고 설명하고는 우릴 보고 키득거렸다.


한국인의 가장 사랑받는 시 부동의 1위는 윤동주의 '서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우리 일행은 다행히 윤동주 생가 입장이 허락된 것을 좋아하며 사진 찍기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 '자화상'에 나오는 '산 모퉁이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에 나오는 우물을 찾으려 다녔지만 허탕치고 쓸쓸히 돌아왔다.


나는 후쿠오카 감옥에서 이름 모를 주사를 맞으며 서서히 죽어간 순수한 영혼의 주인공 윤동주를 생각할 때마다 부끄럽고 괴롭다. 윤동주 시인에 대한 추모행사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중국이 윤동주 시인을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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