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경주 APEC 계기 한·중 관계 정상화 물꼬 트일까?

  • 구경모(세종)
  • |
  • 입력 2025-11-17 17:23  |  수정 2025-11-17 17:51  |  발행일 2025-11-17
이재명·시진핑 정상회담, 한중 관계 회복의 새 지평
한한령 해제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협력, 양국 정상 선언
사드 이후 냉각된 관계 전면 복원 시도...미해결 현안 여전히 산재


이재명(오른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 인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오른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 인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5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이자,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으로 사드(THAAD) 사태 이후 냉각된 양국 관계를 '전면 복원'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양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공통 취미인 바둑을 언급하며 친밀감을 쌓았고, 민생 중심의 실질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 관계의 구조적 문제와 미해결 현안은 여전히 산재해 있어 실질적 진전을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일 회담 후 브리핑에서 한화오션 제재, 서해 구조물, 한한령 문제 등에 대해 "다 다뤄졌고 좋은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법이나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한화오션 문제에 대해 위 실장은 "미·중 간 무역 분쟁과 연루된 사안이어서 미·중 간 문제가 해소되면, 생산적인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직접적 해결 의지보다는 미·중 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 간접적 기대를 내비친 것이다.


한한령 해제에 대해서도 위 실장은 "서로 문화를 교류하고 협력을 많이 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라면서도 "중국내 법적 규정도 있어 완벽하게 얘기가 되지는 않았다"고 인정했다. 8년간 지속된 한류 금지령이 하루아침에 해제되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의 회담 결과 발표에서 '한반도' 관련 내용이 빠진 점도 주목된다. 중국 측은 경제, 민생, 문화교류 등의 협력 사안만 강조했을 뿐, 북한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언급은 적시하지 않았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꺼려하고, 특히 북한 비핵화라는 민감한 이슈에는 구체적 약속이나 입장 표명을 회피하는 전략적 태도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 활성화와 희토류를 포함한 공급망 협력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북한 비핵화나 서해 불법 구조물, 한한령 문제 등 현안을 주 의제로 설정했다"며 "반면 중국은 민감한 현안은 피하는 자세가 역력했고, 경제협력 및 문화 교류 활성화 외에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양국은 △실버경제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서비스 무역 교류 강화 △한국산 감 수출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 공조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 등 총 6건의 양해각서(MOU)와 1건의 계약서를 체결했다.


무엇보다 70조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은 이번 회담의 핵심 성과로 꼽힌다. 2009년부터 계속돼 온 통화스와프 연장은 양국 금융·외환시장의 안정과 교역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관계의 전면적 정상화라기보다는 관계 악화를 복원하기 위한 국면 조정에 초점을 맞춘 만큼, 후속 과제 실행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대통령 조기 방중 △정상 간 합의 문서·제도화 △한중 북핵 공조 실질화 등을 제시했다.



기자 이미지

구경모(세종)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