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M&A 보호 장치 강화…금융권 참여로 신뢰도 높여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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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9 16:34  |  수정 2025-11-19 18:38  |  발행일 2025-11-19

['100년 기업' 새 패러다임 기업승계] 일본 중소기업의 생존 방식 'M&A'<5>


일본 오사카 가와무라씨(가명)는 40년 넘게 운영해 온 금속부품 제조업을 지난해 M&A(인수합병)로 매각했다. 겉으로는 성공적인 승계처럼 보이지만, 그는 "과정 전반이 위험의 연속"이라고 하소연했다.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나 계약이 파기됐고, 마지막 계약을 진행할 때도 매수자 측의 경영자보증 승계 거부라는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개업자는 '문제없다'라는 말만 반복했고, 결국 계약서에 보증 문제를 명확히 쓰지 않아 거의 모든 책임을 떠안을 뻔했다.


일본의 M&A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2024년 11월까지 완료된 M&A 거래 건수는 약 1천500건으로, 2015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간 평균 거래량의 세 배에 달한다. 또 올해 일본 기업이 인수자로 참여한 국내외 M&A(인수합병)가 올해 1~6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기업의 자금력 확대, 신성장동력 확보, 후계자 부재 리스크 등으로 M&A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일본 정부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회사법 개정, M&A 절차 간소화 등의 규제 개선을 통해 M&A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CEO 고령화에 대비해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승계 지원정책과 관련 지원체계를 차근차근 정비해 오고 있다. 또 중소기업 승계난을 둘러싼 각종 정책 마련과 시스템 수정, 그리고 민간 기업과의 연계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작용이 있다. 일부 중개 플랫폼의 무분별한 물량 게재, 부족한 거래기업 정보, 계약과 다른 사후 처리 등이 최근 일본의 중소기업 M&A시장에서 불거지고 있다.


일본M&A 지원기관 등록현황.

일본M&A 지원기관 등록현황.

◆日정부 '중소 M&A 가이드라인' 개정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 '중소 M&A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면서 M&A시장 활성화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나섰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M&A 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과 불투명한 관행을 정비하기 위한 조치를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개업자와 FA(재무자문)의 책임 강화, 계약 투명성 제고, 사후 분쟁 예방 장치 도입까지 갖추면서 중소기업 M&A시장의 도약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몇 년새 일본 중소기업 M&A 시장은 양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이에 비례해 중개업자 수수료 구조 불명확, 거래 조건 설명 부족, 최종 계약 이행을 둘러싼 분쟁 등도 문제로 나타났다. 특히 매도기업이 인수 후 경영자보증을 승계받지 못해 채무 부담이 남아버리는 등 현장 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본M&A 건수 추이. <일본중소기업청 제공>

일본M&A 건수 추이. <일본중소기업청 제공>

이에 일본 정부는 중개업자는 거래 시작 단계에서 자신의 역할과 제공 서비스의 범위를 설명하도록 했다. 여기에 그동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상대방(매수자)의 수수료 구조'까지 포함해 설명할 것을 명시했다. '업무 내용·질·수수료의 사전 명확화'를 통해 중개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양측 수수료 이중 부담'과 '숨겨진 성공보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광고·영업 규제가 가이드라인에 처음 포함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허위·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을 부추기는 문구를 제한했으며, 이해상충을 초래할 수 있는 영업 방식도 금지 사항으로 구체화 했다. 일부 중개업자가 고령 경영자를 상대로 성과 과장·허위 매물 제시 등의 불공정 영업을 해왔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최종 계약 단계 이후 발생 가능한 분쟁 요소'에 대한 규정이다. 실제 M&A 현장에서 매수자가 경영자보증을 넘겨 받겠다고 합의해 놓고도 계약 후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이를 '부적절한 매수자'로 분류하고,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조치를 명시했다. 더불어 최종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위험요소와 이를 설명하는 절차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일본중소기업청은 "이번 개정은 M&A 시장 투명화와 분쟁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중개업자는 광고·영업 규제와 수수료 공개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매도·매수기업은 계약 전 리스크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을 통해 시장 질서를 일정 부분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중개업계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행정 제재나 인증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일본 사업계속펀드 주요 내용. <일본중소기업청 제공>

일본 사업계속펀드 주요 내용. <일본중소기업청 제공>

◆'중개플랫폼 의존' 탈피 금융권시장 확대 잰걸음


일본은 정부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중소기업 M&A과정에서 단순히 자금을 빌려주는 기능에 머물지 않고 고객 기업의 '사업 승계' 지원, 지속 성장을 위한 '경쟁력 승계' 지원을 통해 시장 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J(MUFG)·미쓰이스미토모(SMBC)·미즈호(Mizuho)는 해외 사모펀드(PE)의 일본 진출을 금융권이 직접 지원하는 전략으로 확장했다.


고령 경영자 증가와 이에 따른 기업승계 증가로 일본 중소기업 시장은 외국계 PE에게 '만들어진 시장'으로 평가된다. 은행이 융자까지 제공하며 해외자본의 일본 진입을 돕는 것은 플랫폼 중심의 시장 구조가 가진 불신을 은행이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금융권이 선보인 서치펀드도 청년창업 지원과 중소기업 지속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승계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치펀드는 젊은 경영자 후보(Searcher)가 펀드를 통해 기업을 사들이고 CEO로 취임하는 모델이다.


일본 사업승계 지원자금제도 개요.

일본 사업승계 지원자금제도 개요.

2019년 야마구치은행이 일본 최초의 서치펀드를 조성한 이래 2021년에는 정책투자은행(DBJ)과 일본M&A센터가 '서치펀드 재팬(Search Fund Japan)'을 함께 만들었다. 이듬해 노무라은행은 서치펀드 플랫폼을 선보이며 중소기업 M&A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사했다.


일본에서는 서치펀드가 '친족 승계를 대체하는 제도적 승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후계자 부재·지방 기업 인재 유입을 해결하는 혁신적 모델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M&A중개플랫폼의 무분별한 난립은 오히려 금융권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이제는 은행 등 금융권이 검증된 플랫폼과 직접 제휴하며 시장 질서를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가가와현 소재 114 지방은행은 딜로이트가 운영하는 중개플랫폼 'M&A 플러스'를 활용해 영업지역 이외의 매칭기업까지 물색해 기존 고객들에게 보다 적합한 검토옵션을 제공하는 등 자사 영업망 네트워크의 한계를 해소했다.


또한 '미쓰이스미토모보험'(MS&AD)은 중개 웹사이트인 릴레이(Relay)와의 제휴를 통해 자사 거래처인 지자체·지역 금융기관에게 제3자 주선 기능을 연계 제공하면서 고객의 특수한 핵심니즈를 충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MS&AD는 사이버 공격·정보 유출로 인한 매도자의 손해배상에 대비하는 보험을 매수자 측에 무료로 제공해 거래의 안정성 증진을 지원하고 있다.


오사카상공회의소 사업승계·인계지원센터 다케구치 테츠 매니저는 "플랫폼이 만든 문제 즉, 매물 검증 부족·광고 과장·경영자보증 분쟁·중개업자 난립일본의 금융권은 플랫폼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정교하게 메우고 있다"면서 "매물 검증 시스템·금융실사 기반 매칭·신탁 펀드 ESG 기반 구조적 솔루션 등 플랫폼의 단점 해결을 통해 금융권의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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