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형무소역사관 제대로 갖춘 대구독립기념관 짓자

  • 정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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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5 15:48  |  발행일 2025-11-25
정인열 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

정인열 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

지난 2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일제강점기 옛 대구형무소에서 독립운동으로 옥살이 하다 순국한 독립운동가 216명을 기리는 제5회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은 대구의 민간 독립운동단체인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상임대표 장익현)와 공법단체인 광복회 대구시지부(지부장 우대현)가 함께 마련한 행사였다.


지난 2018년 출범한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는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목표로 삼고, 코로나19가 기승이던 2020년 7월 2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전국의 독립운동가 후손을 비롯한 발기인 300여 명 등 이날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자료는 옛 대구감옥(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 자료 등을 담은 『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였다.


두 단체는 발기인 대회 이후에도 옛 대구형무소 순국 독립운동가 파악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대구형무소 순국 애국지사는 늘어나 2020년 180명(서훈 176명), 2021년 206명(서훈 202명), 2024년 216명(서훈 212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두 단체는 순국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사업에 나서 2021년부터 진혼제, 추모식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이어왔고 올해 다섯 번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 추모식은 처음으로 대구형무소 순국 독립운동가가 많았던 연고지인 영호남의 8개 광복회 시·도지부(경남·경북·광주·부산·울산·전남·전북·제주)와 공동 주관하여 진행됐다. 주최자인 광복회 대구시지부를 포함하면 광복회 전국 17개 시·도지부의 절반이 넘는 9곳이 함께한 셈이다. 대구형무소 순국 216명의 출신지(본적·주소)의 분포를 보면, 경상도(영남)가 104명(48%), 전라도(호남) 78명(36%), 당시 전라도 권역이었던 제주도가 4명(2%)으로 각각 파악된 까닭이다.


추모식에는 대구형무소 순국(수감) 독립운동가 후손, 1915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출범한 1910년대 최대 무장 비밀 항일단체인 대한광복회 후손도 모였다. 대구형무소 순국지사 후손으로 대한광복회의 김한종 충청지부장 손자(김경식)·박상진 총사령 증손(박필훈), 울진 최대 민족운동인 창유계사건 순국 윤종수 의사 아들(윤영재)·손자(윤두환), 의열단 이종암 부단장 손자(이정근)가 참석했다.


대구형무소 수감 독립운동가 후손으로는 창유계사건 투옥 남정성 의사 손자(남상균)가, 그외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울진 3·1운동 윤학규 지사 손자(윤종구), 대한광복회 이병찬 전라지부장 증손(이덕규)과 신돌석의병부대 이윤명 중군장 손자(이희국), 대한광복회 최준 재무부장의 경주최씨 문중 후손(최창호) 등이 자리했다. 앞서 대한광복회 후손 4명(김경식·박필훈·이덕규·최창호)은 올해 7월 15일 대구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이달의 독립운동, 대한광복회 조직 결성' 110주년 기념식 때 대한광복회 우재룡 지휘장 아들(우대현 광복회 대구시지부장)과 만나기도 했다.


옛 대구형무소 순국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올해 행사는 국가보훈부 강윤진 차관, 대구 밖의 광복회 영호남 4개 지부장, 후손 등 다양한 호국보훈 기관·단체의 인사들이 참석한 만큼 남달랐다. 강 차관 등의 참석과 각계의 추념사로 행사 의미가 더 깊어졌고, 언론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옛 대구형무소와 이곳 순국·수감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2월 27일 옛 대구형무소 터인 삼덕교회에 121㎡ 규모의 대구형무소역사관이 개관됐다. 216명 순국 지사를 기리는 대구형무소역사관은, 195명(서훈 176명)의 순국 지사를 추모하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처럼 흑역사를 증언하는 역사 공간이지만 대구형무소역사관은 서대문역사관보다 초라하다. 모쪼록 이번 추모식을 계기로 제대로 된 형무소역사관을 갖춘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에 대해 대구의 지도자·유력자, 특히 야당의 정치인도 관심을 갖길 바라면 과욕일까.


정인열<광복회 대구시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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