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호랑이가 할퀸 고통, 대구의 기억을 깨우다”…동산의료원 콜레라 기획전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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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4 07:13  |  수정 2025-12-04 18:37  |  발행일 2025-12-04
1946년 대구 콜레라부터 조선시대 ‘호열자’까지…5부 구성으로 감염병 역사 재조명
존 스노 역학조사·개항기 검역·회생병원 의료진 기록 등 위기 극복 과정 생생히 담아
“기억해야 다시 일어선다”…동산의료원, 감염병 시대 방파제 역할 강조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에서 열린 기획전 콜레라: 호랑이가 할퀴고 간 고통, 회복의 DNA를 깨우다 전시관 내부 모습. 조선시대 콜레라를 뜻하는 호열자 기록과 존 스노의 역학조사 내용을 시각 자료로 구성했다.<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에서 열린 기획전 '콜레라: 호랑이가 할퀴고 간 고통, 회복의 DNA를 깨우다' 전시관 내부 모습. 조선시대 콜레라를 뜻하는 '호열자' 기록과 존 스노의 역학조사 내용을 시각 자료로 구성했다.<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계명대 동산의료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전경. 기획전 콜레라: 호랑이가 할퀴고 간 고통, 회복의 DNA를 깨우다 홍보 현수막이 건물 외벽과 주변에 설치돼 있다.<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계명대 동산의료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전경. 기획전 '콜레라: 호랑이가 할퀴고 간 고통, 회복의 DNA를 깨우다' 홍보 현수막이 건물 외벽과 주변에 설치돼 있다.<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닥친 4일, 계명대 동산의료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건물 정문 앞. 선명한 분홍빛 전시 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왔다. '호랑이가 할퀴고 간 고통, 회복의 DNA를 깨우다'. 강렬한 문구였다. 현수막 속 검은 호랑이의 형상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1부 전시 공간 벽면엔 조선시대 사람들이 콜레라를 '호열자(虎列刺)'라 부르며 호랑이가 할퀴는 듯한 고통으로 설명했던 기록이 큼지막하게 펼쳐져 있다.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호랑이 그림은 당시의 공포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 옆엔 조선왕조실록 속 콜레라 기록이 소개됐다. 유행병이 민중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생생하게 전달된다.


전시가 본격적인 무게감을 갖기 시작하는 곳은 2부다.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존 스노가 발병 원인을 밝혀낸 '지도 역학조사'가 정교한 패널로 재현돼 있다. 펌프 모형과 함께 표시된 감염 위치 점들은 "의학적 추적이 어디서 시작됐는가"를 설명해줬다. 방문객들은 장시간 이 패널을 들여다봤다.


2.5부에선 개항기 한반도의 항구 검역과 소독 과정, 그리고 선교사들의 의료 활동이 소개된다. 공간엔 방역 인력이 소독액을 뿌리며 항구를 누비던 모습이 만화처럼 구성돼 있다. 당시 긴박했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3부에 들어서면 공기가 더 무거워진다. 1946년 대구가 콜레라 발생으로 봉쇄된 상황, 병마와 굶주림 사이에서 버텨야 했던 시민의 일상을 다룬 기록물들이 전시돼 있다. "대구는 그날 문이 닫혔다"는 문구는 강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4부엔 동산기독병원(현 동산의료원) 의료진이 회생병원에 자원해 치료와 방역을 맡았던 당시 언론 기사들이 만화 형식으로 선보였다. 의료진이 환자를 등에 업고, 방역복을 입은 채 병동을 누비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5부에선 지금 세대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올바른 손 씻기' '끓인 물 마시기' '백신 접종' '익혀 먹기' 같은 간단한 수칙들을 볼 수 있다. 응급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경구수액요법(ORS) 안내도 부착돼 있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40대 관람객은 "옛 기록인데도 지금의 감염병 상황과 겹쳐 보인다"며 "꼭 기억해야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치흠 동산의료원장은 "이번 전시는 콜레라 기사 속에 담긴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이를 극복해낸 의료진과 시민들의 회복력을 현재에 비추는 자리"라며 "동산의료원은 감염병 극복의 의료 역사 속에서, 어떤 위기에도 환자를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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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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