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인사청탁 문자 논란의 당사자인 김남국 대통령디지털소통비서관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김 비서관에서 인사청탁을 한 문진석 의원에게 엄중 경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 비서관과 문 의원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중 경고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 책임을 물어 문책을 해야 할 상황이다. 시스템으로 작동돼야 할 인사가 사적인 인연으로 이뤄지고, 이재명 대통령의 실세 비선라인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 사안이다.
김 비서관은 문 의원의 인사 청탁 메시지를 받은 뒤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 정치인들은 '형' '누나'라는 호칭을 무척 잘 쓰는 사람들이라, 사적인 문자에서 '훈식이 형' '현지 누나'라고 쓴 것을 잘못이라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 '훈식이 형'은 강훈식 비서실장인데, 비서관이 비서실장에서 특정인을 공적 자리의 후보로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 누나'에게도 추전하겠다는 것은 비서실장만큼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현지 누나는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인데, 이재명 정부의 실세로 불린다. 김현지 실장을 통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의미로 국민의힘은 '만사현통'이라는 말로 공격하기도 한다. 부속실장은 인사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보직이다. 그런 김 실장이 인사 청탁 문자에 등장했으니, 의심을 받을 만하다. 김 비서관이 김 실장의 영향력을 알기에 이런 문자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문 의원이 청탁한 자리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라는 민간단체다. 대통령실이 민간단체 회장 인사에까지 개입해서는 안되는데도, 여당 의원은 대통령실에 청탁한 것이다. 더군다가 문 의원이 회장으로 추천한 인사를 비롯해 문 의원, 김 비서관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모두 중앙대 출신이다. 학연을 민간단체 회장 인사에 개입시키겠다는 것으로 명백한 잘못이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 모두 말썽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엄중 경고로 그칠 사안이 아니다.
설사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는 자리라고 해도 정상적인 인사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 비리의 온상이 된다. 박근혜 정부 때의 최순실씨, 윤석열 정부 때의 검건희 여사 사례가 그런 경우다. 이번 문자 파문은 이재명 정부의 인사 시스템과 비선 실세의 존재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민적 의심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김 비서관과 문 의원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문책을 해야 한다. 김현지 실장에 대한 입장도 대통령실은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진솔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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