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1월 26일부터 3일간 2026년 경상북도교육청 예산안을 심사했다. 경북도의회 제공.
광역의회의 예산 심의권은 지역 행정을 넘어 학생 교육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편성하고 광역의원이 확정하는 재정구조지만 관련 예산을 심의하는 의원들에 대한 전문성엔 의문이 붙고, 제대로 된 공약은 공개되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 예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부실 우려가 나온다. 지역교육의 방향을 좌우하는 '교육자치' 재정은 어떠한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어떻게 검증될까.
◆광역의회가 쥔 '지방교육재정' 결정권
광역의회는 지난 2010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시도교육위원회가 폐지되면서 지역 교육 예산 심의권을 갖게 됐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제도 도입으로 설치된 시도교육위원회가 교육청 예산안과 조례안을 심의·의결하고 교육감의 행정사무를 감사하는 권한을 가졌다. 그러나 '인사 비리' '자체 실적 미흡' '불성실한 활동태도'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 못함' 등의 이유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았고,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시도교육위의 권한은 광역의회로 넘어왔고, 민선 교육감 체제가 들어서 2014년부터 현재까지 광역의회에서 지역 교육 예산을 다루고 있다.
정부는 지방재정법 제59조에 근거해 전국 시·도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 소관 교육회계 등을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공시한다. 이때 공시되는 지방교육재정은 △교육청(a) △교육비특별회계(교특회계)로 설립한 출자·출연기관(b) △자치단체(c) △지방공공기관(d) 등의 예산이다.
대구의 경우 △대구시교육청(a) △대구시인재육성장학재단(b) △대구시 본청 교육 예산(c) △대구시 산하 공기업·공단의 교육 예산(d) 등이 교육재정이다.
이 중 교육청과 교육비특별회계로 설립한 출자·출연기관의 예산은 교육감이, 대구시와 공기업·공단의 교육 예산은 지자체장이 편성하는데, 이들 예산의 최종 승인권은 모두 광역의회에 있다.
◆교육위원 1인당 다루는 예산 3천억원 넘어
직접적인 교육자치예산은 교육청(a) 예산과 교특회계로 설립한 출자·출연기관(b) 예산으로 볼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를 통해 전국의 지방교육재정(a+b)을 확인한 결과, 2016년 59조 8218억여 원이었던 예산(당초예산 기준)이 2022년 88조 2386억여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106조 8002억 원으로 더 늘었다.
최근 10년(2016~2025년)간 시도별 교육재정을 살펴보면, 경기가 189조5천78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111조6천694억원), 경남(64조2천903억원), 경북(57조4천915억원), 부산(55조3천707억원), 인천(48조 7천149억원), 전남(45조7천646억원), 충남(44조3천312억원), 전북(43조3천139억원), 강원(42조9천63억원), 대구(41조5천469억원), 충북(35조7천974억원), 대전(26조4천345억원), 광주(26조2천527억원), 울산(21조9천184억원), 제주(15조2천504억원), 세종(10조6천152억원) 순이었다.
대구의 올해 당초예산 기준 교육재정은 5조700억원이다. 이 예산은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6명이 1차로 심의한 뒤 예산결산특별위원회(11명)의 추가 심의를 받아 확정된다. 예결위엔 교육위 소속 의원이 2명 포함돼 있다. 중복을 제외하면 시의원 15명이 약 5조원을 심의하는 셈이다. 시의원 1명당 3천380억원의 교육 예산을 다룬다는 의미다.
경북(6조6천823억원)은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 11명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15명(교육위 중복인원 4명 포함)이 심의함에 따라 도의원 1명당 3천37억원의 교육재정을 다루는 것이다.
단순 산술치이지만 광역의회가 지역교육재정의 규모와 방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왜 광역의원들의 '공약'이 중요한가
광역의원이 어떤 기준과 판단으로 교육 예산을 들여다보는지는 결국 이들의 공약과 전문성에서 엿볼 수 있다. 교육청 예산은 급식·돌봄·교원인건비·학교신설비처럼 생활밀착형 사업부터 미래 교육 정책까지 폭넓은 교육 분야에 쓰인다.
그러나 광역의회 교육위원회에는 유사한 경력이나 변변한 공약 없이 배치된 의원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지역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역의회가 교육 예산을 심의하는 구조가 강화됐지만, 정작 '심의하는 사람'이 어떤 교육관을 가졌는지는 유권자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시도교육위원회의 교육예산 심의 권한을 광역의회가 넘겨받은 이유는 교육청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예산과 정책을 한 번 더 걸러내는 '견제 장치'를 두기 위해서였다. 특히 교육정책은 단순히 한 해 예산 집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 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백년대계'로 불린다. 그만큼 교육상임위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객관성, 투명성이 요구된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광역의회에 교육 상임위를 둔 건 교육청 예산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줄이고 방향을 바꾸라는 의미"라며 "상임위가 집행부와 예산 협의 단계부터 기준을 세우고, 과도한 정치적 지출은 제동을 걸 수 있어야 견제 기능이 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위원들의 전문성이나 교육에 관한 깊이 있는 관점이나 철학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 또한 주민들에게도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홍채 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서 다음 세대가 사회에 편입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영역이기에 정치·사회·경제를 함께 보는 눈이 필요하다"며 "교육 상임위가 이런 복합성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와 학부모, 교사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두고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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