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청룡영화제 시상식의 여운이 여전히 짙다. 올해 청룡영화제의 진짜 주인공은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아니었다. 시상식 중 한 축하무대에 화제성이 집중됐다. 바로 가수 화사와 배우 박정민이 만들어 낸 축하무대 'Good goodbye'다.
화사의 무대가 시작되고, 어느 순간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객석을 스친다. 그러다 박정민의 얼굴만 클로즈 업하더니 초점을 맞춘다. 그는 다른 관객들처럼 무대를 감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줍어하는 듯 하더니 이내 무대 쪽을 향해 걸어나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TV로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놀란 눈을 하고 그 모습을 지켜봤을 터. 모든 것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연출이었겠지만 이를 알 리 없던 화면 안팎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영화같은 순간'이 됐다.
알고보니 박정민은 화사의 'Good goodbye' 뮤직비디오 속 남주인공이었다. 그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 사람들은 뮤직비디오 한 장면이 시상식 무대에서 현실로 되살아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말 한마디 없었지만 두 사람의 움직임, 시선, 거리감이 만들어내는 감정은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후 무대 영상은 SNS에서 각기 다른 관점에서 촬영된 버전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패러디와 재해석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곡은 각종 음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박정민은 '올해 청룡의 최대 수혜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과거 그가 쓴 책 '쓸만한 인간'도 덩달아 인기다.
사람들이 이 무대에 열광한 이유는 단순히 그의 '깜짝 등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상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감정인 설렘, 애틋함, 따스함, 깊은 몰입 같은 것들을 짧은 몇 분 동안 온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 기대도 하지 않은 순간 찾아온 선물 같은 장면. 그 예상 밖의 감정들이 사람들을 더욱 황홀하게 했다. 누군가는 "잠깐이지만 현실보다 나은 세계에 있다 온 기분"이라고 했다.
이들의 무대는 한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굿 굿바이', 좋은 안녕은 거창한 말이나 화려한 결말이 아닌 잠시라도 서로의 마음을 아름답게 비춰준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
2025년의 끝이 가까워 오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안녕을 준비해야 할 때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 안의 무거움도, 지친 마음도 훌훌 털어버리자. 이루지 못했거나, 계획했으나 목표에 미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도 일상을 환히 비춰준 뜻밖의 순간, 만남, 행운, 공들였던 시간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열심을 다한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자.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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