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공약들이 꽁꽁 숨어 있다.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대구지역 광역의원들의 선거공약 공개율은 31%에 그친다. 경북지역 광역의원의 선거공약 공개율은 66.7%로, 대구보다 높지만 선거공약이 없는 의원이 전체 의원의 3분의1을 차지한다.
타 시도와 비교해도 대구경북 광역의원들의 선거공약 공개율은 저조하다. 특히, 대구의 경우엔 일당독주라는 비교적 지역정당 구조가 유사한 광주(47.8%), 전남(50.8%) 등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광역의원들은 공약 공개도 하지 않는데, 지키지도 않는다. 대구시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57%로, 둘 중 하나는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공약 없이 무투표 당선된 시의원을 제외하면 1인당 약 20개 수준인데, 이 중 8~9개는 이행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선거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 광역의원 선거는 무투표 당선이 많았다. 무투표 당선자들은 이미 당선이 확정돼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비용절감을 이유로 공약 공보물도 제작하지 않는다.
선거구조의 고착화로 의원 개개인의 안일한 사고방식도 발현되고 있다. 실제 일부 지방의원은 "우리가 무슨 공약이 필요하나. 국회의원·단체장 공약이 우리 공약이지"라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주민대표인 광역의원들의 말과 행동은 의원들이,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들은 조례 입법, 집행부 감시·견제, 예산 심의 등의 의정활동으로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지역민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의정활동을 당선 이전에 약속하는 것이 공약이고, 이 때문에 공약이 중요한 것이다.
내년에는 우리 동네 대표를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역 일꾼으로 일하기로 마음먹은 출마자들은 우리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를 포함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내걸고, 이를 유권자들이 보고 투표할 수 있도록 공약을 빠짐없이 공개해야 한다. 당선 이후에도 공약이 이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지속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각 정당의 노력도 필요하다. 후보 공천에 있어 정당들은 공약을 받아 후보자의 미래 비전을 확인해야 한다. 현역의 경우엔 공약 이행률을 포함한 심사를 거쳐 신중하게 우리 지역 일꾼으로 내세워야 한다. 약소정당은 인재 발굴 및 육성을 통해서 무투표 당선이 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주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 출마자도, 정당도 깜깜이 선거로 피해를 보는 건 유권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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