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케 日 니혼M&A센터 회장에게 듣는 지방소멸시대 기업 생존법…“韓에 따뜻한 M&A 알려지길”

  • 정재훈·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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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5 16:51  |  발행일 2025-12-15
日 M&A 전설 미야케 회장 인터뷰
“후계자없는 흑자폐업 막으려면 성공모델 알려야”
“보수적 지역일수록 ‘따뜻한 성공담’ 필요”
“M&A는 결혼과 같아…계약보다 ‘행복한 동행’이 목적이어야 성공”
미야케 스구루 일본 M&A 센터 회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 KMX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미야케 스구루 일본 M&A 센터 회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 KMX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한국은 기술 강국이지만 M&A(인수·합병) 시장만큼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스타트업' 시기입니다. 하지만 고령화 속도는 일본을 추월했습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수많은 기업들이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을 수 있는 만큼 M&A를 통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일본 중소기업 M&A의 '전설'로 불리는 미야케 스구루(73) 니혼M&A센터 홀딩스 회장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일본 내 중견·중소기업 M&A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1991년 니혼M&A센터 설립에 참여한 그는 30여 년간 수백 건의 M&A를 진두지휘하며 '중소기업 M&A 노하우'를 키웠다. 이를 통해 일본 M&A센터를 업계 1위 기업으로 만들어 냈다.


영남일보는 한국보다 앞서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위기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대구경북 기업들의 생존 해법을 모색하고자 미야케 회장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보수적인 지역 정서, 중개업체의 난립 등 앞서 경험한 M&A 산업계의 역사를 설명하며 다양한 조언을 쏟아냈다.


◆한국 M&A 시장은 '스타트업'…인식 전환 시급


▶한국에 자주 오나. 이번 방문의 목적과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번이 7~8번째 방문이다. 아내와 관광으로 온 적도 있지만, 비즈니스 목적은 5~6번 정도다. 이번 방문은 한국 파트너사인 KMX(한국M&A거래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가 가진 30년의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서다. 한국 시장에서 어떤 부분을 서포트할 수 있을지, 개선점은 무엇인지 논의하고자 왔다."


▶과거 인터뷰를 보면 한국 M&A 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현재 한국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나.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스타트업 시기'다. 한국은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기업 경영자들은 아직 M&A를 통한 사업 승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고령화와 M&A 대중화를 경험했다. 이 경험을 전수한다면 한국은 특유의 역동성으로 매우 빠르게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라 확신한다."


▶일본 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 시장만의 특징이 있다면.


"가족 경영, 특히 영세한 가족 기업의 비중이 일본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 생태계가 피라미드 형태라면, 한국은 대기업이 정점에 있고 그 아래로 급격히 영세화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일본과 다른 방식, 예를 들어 인터넷 플랫폼 등을 활용한 접근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국경을 넘는 M&A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 공동체다.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기업을 사거나, 반대의 경우도 활발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한일 기업이 힘을 합쳐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그림을 그린다. 우리는 아시아 각국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은 KMX와 같은 파트너와 함께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M&A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미야케 스구루 일본 M&A 센터 회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 KMX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미야케 스구루 일본 M&A 센터 회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 KMX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사기' 같은 중개업체 난립 막아야


▶일본 M&A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을 알고 싶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상공회의소다. 무려 25년 전 오사카, 도쿄 등의 상공회의소가 'M&A 상담소'를 만들었다. 초기 1년간은 대학교수, 증권사 부장, 경영자들이 모여 비밀 유지와 인수 체계 등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정부(중소기업청)의 역할도 결정적이었다. '앞으로 10년간 120만개 회사가 폐업 위기에 처할 것이며, 그중 60만 개가 흑자 기업이다. 이를 M&A로 구하자'는 명확한 방침을 발표했다. 이 메시지가 나오자 M&A가 큰 시장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사회적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시장이 커지면서 부작용도 있었을 것 같다. 한국도 최근 M&A 중개 업체가 생기고 있는데.


"일본도 15년 전 30개 정도였던 M&A 부띠끄(소기업)가 450개까지 난립했다. 그 결과 도덕성과 품질 저하가 심각했다. 네트워크가 없는 신생 업체들이 '당신 회사를 비싸게 살 상장사가 있다'며 경영자를 속이는 편지를 무차별적으로 보냈다. 심지어 폐수 처리를 제대로 안 하거나 분식 회계가 있는 부실기업을 겉포장만 해서 파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그런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했나.


"'룰(Rule)'을 만들었다. 엄격한 M&A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를 준수하는 업체만 등록할 수 있는 '등록제'를 시행했다. 현재 약 3천개(회계법인, 은행 포함)가 등록돼 있다. 가이드라인을 어기면 퇴출당한다. 동시에 매도 기업에는 최대 600만엔의 중개 수수료 보조금을 지원하고, 인수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줬다. 내년부터는 국가 공인 M&A 자격 제도도 도입될 예정이다. 한국도 시장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 윤리와 자격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보수적인 대구경북, '성공 사례'로 마음 열어야


▶대구경북(TK)은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곳이라 새로운 사업이 힘들다.


"보수적인 지역일수록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우리 회사도 보수적인 이바라키현을 공략하기 위해 지역 라디오 방송을 활용했다. 매달 지역의 존경받는 원로 경영자와 스타트업 대표를 초대해 대담을 나눴다. 사장님들은 처음엔 M&A 회사라고 하면 경계한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그 지역 유지 분과 대담하는 걸 들었다'고 하면 태도가 180도 바뀐다. 지역 경제 단체장, 상공회의소 회장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M&A의 우군으로 만드는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야케 스구루 일본M&A센터 회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 KMX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미야케 스구루 일본M&A센터 회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 KMX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에 제안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M&A를 '미담'으로 만들어 달라. 화려한 대기업 M&A보다는 지역민의 삶에 와닿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M&A' 사례를 발굴해야 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M&A'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일본 고치현의 사례를 들고 싶다. 인구 소멸 위기인 시골 마을에 택시가 한 대 있는 회사가 있었다. 사장이 고령으로 운전을 못하게 돼 폐업하려 했고 주민들은 병원도 못 가게 될 처지였다. 이때 M&A를 통해 젊은 경영자가 회사를 인수했고 택시는 계속 달릴 수 있었다. 이 소식이 신문에 크게 실리면서 주민들이 M&A의 팬이 됐다. M&A가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와 이웃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언론이 보여줘야 한다."


◆M&A는 결혼과 같아…성공스토리 찾길


▶내년 경제 전망이 어둡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니혼M&A센터의 목표는 무엇인가.


"사실 우리가 하는 중소기업 M&A는 금리나 경제 동향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구 문제'가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도 사장님은 늙고, 후계자는 없다. 예를 들어 암 판정을 받은 경영자에게 1년 안에 회사를 넘기는 건 생존의 문제다. 일본은 인구 감소 문제가 2035년 정점을 찍고 괜찮아질 것이지만, 기업가는 20년 뒤도 봐야 한다. 우리는 이를 대비해 '펀드 비즈니스'도 시작했다. 부실이 있는 기업을 펀드가 먼저 인수해 깨끗하게 만든(Cleaning) 뒤, 좋은 기업에 넘기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과 기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M&A는 결혼과 같다. 결혼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결혼 후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M&A 계약이 성사되면 최고급 호텔에서 성대한 '성약식(결혼식)'을 열어준다. '도장을 찍었으니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탔다'는 의식을 치르며 서로의 화학적 결합을 돕는 것이다. 영남일보와 같은 언론사가 M&A를 통해 기업이 존속하고, 직원이 행복해지고, 지역 사회가 발전하는 '성공 스토리'를 많이 알려주시길 바란다. 그것이 지역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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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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