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국민 직면한 포항 ‘흐림’…양대축 철강·2차전지 부진 속 기업·투자 유치마저 곤두박질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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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7 19:19  |  수정 2025-12-18 15:01  |  발행일 2025-12-18
기업 유치 건수 2년 새 절반 수준으로
투자액 2023년 정점 뒤 급격한 위축
철강·2차전지 대기업 매출 하락 직격
협력업체 고용 감소, 지역경제 파급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 필요
철강과 2차전지라는 양대 축으로 성장해 온 포항의 경기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산업 변화와 같은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철강과 2차전지라는 양대 축으로 성장해 온 포항의 경기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산업 변화와 같은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포항 지역 경기가 뚜렷한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철강과 2차전지를 양대 축으로 성장해 온 산업도시 포항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산업 불확실성 확대 속에 기업 투자 위축이란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포항시에 따르면 시와 기업 간 투자 유치 업무협약(MOU) 체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기업 유치 규모와 투자액 모두 급격히 줄어들며 체감 경기 악화가 수치로도 확인됐다.


포항시의 기업 투자 유치 MOU 체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포항시는 총 14건의 기업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약 7조4천44억 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2차전지 소재와 철강 연관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며 고용 창출 규모도 2천687명에 달했다. 당시 포항은 '2차전지 특화 도시'로 불리며 전국적인 투자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2024년 들어 흐름은 급변했다. 2차전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구간에 진입한 순간이었다. 연간 MOU 체결 건수는 12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투자액은 2천810억 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급감했다. 투자 규모가 큰 대형 프로젝트가 자취를 감추고, 중·소규모 협약 위주로 재편됐다. 고용 인원 역시 833명 수준으로 크게 줄며 지역 고용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5년에는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현재까지 집계된 포항시와 투자 유치를 협약을 맺은 건수는 7건에 불과하다. 투자액은 약 2조700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2024년에 비해 투자액이 늘어난 듯 보이지만, 2023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MOU 건수 자체가 급감하면서 기업 유치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포항 경제의 중심축인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 대기업들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고관세 조치, 에너지 비용 부담 등 원가 상승 등 삼중고에 직면하며 매출 감소 압박을 받고 있다. 2차전지 산업 역시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로 투자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에코프로 등 주요 기업의 실적 변동성 확대는 지역 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 투자 축소는 곧바로 지역 협력업체의 위기로 이어졌다. 포항에는 철강·2차전지 관련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는데, 최근 들어 납품 물량 감소와 신규 수주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가동률을 낮추거나 신규 채용을 미루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서며 지역 고용 시장에도 냉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 투자 유치 둔화를 단순한 수치 감소로 보기보다, 포항 산업의 양대 축인 철강과 2차전지 산업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철강 수요 위축과 통상 환경 변화로 포스코를 비롯한 주력 철강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2차전지 '캐즘' 현상으로 에코프로 등 핵심 기업들이 경영 부담을 겪으면서 지역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항지역 경제 전문가들은 "포항 경제는 포스코와 2차전지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 구조여서 주력 기업의 흔들림이 곧바로 협력업체와 지역 상권으로 전이되는 특징이 있다"며 "산업 구조 다변화와 위기 대응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산업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투자 환경 개선과 기업 부담 완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 철강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국비 지원 등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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