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대구 동성로 한 영화관의 상영관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자율좌석제인 만큼 객석은 이미 대부분 차 있었다. 부랴부랴 시작 직전 도착한 우리 부부는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가, 두시간 내내 고개를 들고 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결국 뒤쪽 자리를 찾아 흩어졌다.
객석에는 얼핏봐도 부부, 친구, 부녀, 모자 등 다양한 조합의 관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령대도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마치 전체관람가 영화를 보러온 듯 폭넓었다. 모두 '투자전망 2026'을 주제로 한 투자콘서트를 찾은 이들이었다. 입장료는 인당 5만원. 영화 한편 관람에 비하면 결코 가벼운 금액은 아니었지만 80석은 전석 매진이었다.
"주식은 도박 아니야?"라 할 정도로 주식 문외한인 내게 투자에 대해, 경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하려고 남편이 데려왔듯, 내 옆자리 50대 중반의 남성은 "사회초년생이 되는 딸에게 주식의 흐름을 생생하게 알려주고 싶어 함께 왔다"고 했다. 이날 콘서트는 대구뿐 아니라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9개 도시, 19개 상영관에서 동시 생중계됐다.
객석 전체를 밝히던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 맨 왼쪽 위에 빨간색으로 'LIVE' 글자가 뜨며 콘서트가 시작됐다. 스크린에는 X(구 트위터) 팔로워 5만명을 보유한 개인투자자와 자산운용사 관계자가 나와 올해 투자 흐름을 돌아보고 내년을 전망했다.
객석의 열기는 굉장했다. PPT가 넘어갈 때마다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졌다. 간간이 휴대전화 불빛을 비춰가며 수첩에 받아 적는 모습도 보였다. 실시간 Q&A를 앞두고 SNS를 통해 질문을 받겠다고 하자 '내년도 예상되는 위기의 순간은?', 'AI 시대 개인이 살아가기 위한 투자법은?' 등 폭발하듯 쏟아졌다.
극장 안을 가득 채운 것은 불안에 주저앉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강한 의지와 열정이었다. 단 두시간 만에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누군가 대신 답을 내려주길 기대하기 보다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을 얻으려는 듯했고, 또 그 힘을 길러 시야를 넓히려는 듯했다.
영화관에서 투자콘서트가 열리는 게 신기해 선뜻 따라 나섰던 내가 이날 콘서트에서 느낀 건 분명했다.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투자든 뭐든 뜻한 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과 돈, 마음, 정성을 들여 참여하고, 배우고 고민한 경험은 각자의 삶에서 양질의 무언가로 남지 않을까.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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