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김치 예찬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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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2 06:00  |  발행일 2025-12-21

필자의 어머니는 지난해 뇌졸중이 생겨 말씀은 잘 하시지만 거동이 불편하다. 이런 어머니를 88세의 아버지께서 돌보신다. 아버지는 농사일을 하시면서 소주 1병 반 정도를 하루도 건너지 않고 드실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다. 어렸을 적 들은 할머니의 말씀을 종합하면 아버지의 태생은 강골보다는 약골 쪽이다. 지금의 건강은 섭식(攝食), 어머니와 함께 하신 70년간의 건강한 음식 섭취 덕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 너나없이 어렵던 시절, 농사꾼의 아내가 남편의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로 김치 등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 뿐이었다. 어머니는 밥상에 여러 가지 김치를 올리셨다. 냉장고가 나오기 전, 여름에는 김치를 깊은 우물 안에 보관해도 3~4일 지나면 강한 신맛이 났다. 신김치를 먹은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 어머니는 2~3일 간격으로 여러 가지 김치를 담그셨던게 아닌가 싶다.


김치는 유산균과 비타민·무기질 등이 풍부한데 그중 유산균이 가장 놀랍다. 김치의 유산균은 높은 염도와 마늘·고추·생강 등 천연 항균성분이 가득한 악조건에서 증식된, 생존능력이 강한 균이다. 강산성의 위산을 견디고 장까지 살아서 도달할 수 있는 독한 균이다. 김치의 유산균은 요구르트의 유산균 보다 단위 체적당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는 비율도 90% 이상으로 20~30%의 요구르트 유산균보다 훨씬 높다. 김치를 보면 냄새 난다며 코부터 싸잡던 서양인들이 슈퍼푸드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도 김치 유산균의 진가를 알기 때문 아닌가 싶다. 식탁에 오른 김장김치를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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