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가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요.'
흥겨운 멜로디 속 선물을 못받게 되니 울면 안된다고 다그치는 메시지가 아이들에겐 다소 협박(?)처럼 느껴질 것도 같다. 가사를 깊이 생각하고 보니 이 노래는 어쩌면 통제의 도구에 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착한 어린이가 되게 하려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던 어른들이 AI시대를 맞으며 조금은 달라졌다. 그것도 사진 한 장으로. "어젯밤 우리 집에 산타가 왔었어"라고 하며 사진을 보여주는 순간 아이의 눈빛은 반짝였다.
깊은 밤, 아이가 잠든 거실. 그 옆에 빨간 옷을 입은 산타가 앉아 미소 짓고 있다. 트리 옆에는 선물 꾸러미가 한가득 놓여 있다. 사진 속 산타는 어른이 봐도 신기하리만큼 자연스럽다. 아이의 방 구조와 조명, 잠든 아이의 모습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와 이거 진짜에요?", "어떻게 우리 집을 알고 왔어요?" 질문이 이어진다. 뜻밖에도 기술은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고 있었다.
'울면 안된다'는 노래 대신 신기할 만큼 정교한 사진 한 장으로 크리스마스를 앞둔 모습이 달라졌다. 트리를 꾸미듯, 어느새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지키기 위한 어른들만의 약속, 새로운 의식이 생겨난 듯하다.
'AI 산타'를 집으로 초대하려는 부모들의 노력은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산타'만 검색해도 관련 게시물이 쏟아진다. 사용법과 프롬프트도 공유한다. 서로 노하우를 나누는 모습에는 묘한 동지애와 깊은 연대감마저 느껴진다.
'AI 산타를 우리집으로 초대하는 법'은 간단하다. 우선 거실, 부엌, 베란다 앞, 그리고 아이가 잠든 방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한다. 이후 AI 이미지 생성 앱을 켜 사진을 선택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을 입력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잠든 아이 옆에 산타 할아버지가 앉아서 아이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줘.'
발전을 거듭한 프롬프트로 산타가 썰매에서 내려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빨간 코를 한 루돌프가 함께 등장한다. 산타의 손에는 아이 이름이 적힌 선물도 들려 있다. 편지를 읽어주기도 한다.
과거 행여라도 선물을 준비한 정체가 들통날까 마음 졸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됐다. 기술이 상상력을 대신하는 것만이 아닌 상상력을 확장하는 도구가 되면서다. 부모 입장에서 산타의 존재를 두고 아이가 당장 혼란스러워하지 않게 된 것도 긍정적이다. 동심을 조금 더 천천히, 자연스럽게 지켜주게 된 것이 그저 기쁘다. 적어도 그 시간이 AI시대 이전보다 늦춰진 것만은 분명하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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