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띄운 '영남특위', 지방선거 일회용 포석 안돼야
더불어민주당이 그저께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가칭 '영남인재육성 및 지역발전특위' 구성을 의결했다. 전통적 험지인 영남권 인재를 발굴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당의 비상설기구란 설명이 덧붙여졌다. '여태껏 잠잠하다가 하필 왜 지금?'이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건 지방선거를 겨냥한 일회성 용도가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이 기왕에 하기로 한 것이니 '인재 발굴'과 '현안 해결'을 제대로 한다면야 나쁠 게 없다. 그들의 진정성은 그들의 마음에 달렸지만, 공은 사실 우리 지역에넘어왔다. 누워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지 말고 TK·PK가 '영남특위'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의당 올 기회나 이익이라도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진지하고 세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동안의 정치지형상 민주당의 영남 인재들이 정치권에 영입되는 구조가 막혀 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이날 최고위 발언은 곱씹을 만하다. 지난 시간 잘못에 대한 민주당의 고백처럼 들린다. 그는 영남특위를 '인재중심 특위'로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진정 영남 발전에 기여하기 바란다면, 첫 번째 변화는 '영남 인재 등용'이다. 늦지 않게 가시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진보 집권기 정부와 민주당 내 'TK 인재 부재'는 새삼스럽게 들추지 않더라도 모두가 자각한다.
'인재 부재'는 '정책 실종'으로 이어진다. TK의 경우, 민주당 집권 이후 정부와의 강력한 연결고리가 없어졌다. 그 탓에 지역 현안의 목소리를 중앙에 제대로 전달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영남특위 발족은 그 숨은 의도가 어떻든 간에 TK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위가 TK와 정부, 대통령실, 그리고 민주당 간 가교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국민은 착잡하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다. 대통령의 국가적 상징성은 크다. 대통령 집무실과 숙식 공간은 늘 국민적 주목을 받는다. 국정의 컨트롤타워이자, 외교 무대의 공간이다. 보안 측면에서도 그 어떤 건물 공간보다도 우선 순위에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되돌아간다. 3년7개월 만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용산 이전은 8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됐다. 기존 국방부 청사를 비워주면서 무형의 국가자산도 소모됐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구중궁궐 소리를 듣던 청와대를 떠나 국민과 소통의 공간을 창출하겠다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각오는 12.3 계엄으로 막을 내렸다. 군 수뇌부와 접촉이 빈번한 위치 탓에 계엄을 촉발했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이전의 진짜 배경을 놓고는 '무속인 조언' 같은 이상한 소리도 들렸다.
이재명 대통령실은 이제 청와대로 복귀한다. 비용을 떠나 오락가락한 논쟁들이 있다. 청와대가 과연 공간으로서 문제가 있어서 역대 대통령의 퇴임 후 혹은 재임 중 불행이 닥쳤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내부 사무실이 이격돼 있다면 적절히 고치면 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일하는 이들의 국가관과 애국심, 나아가 국민을 끝없이 마음에 담는 겸허함이다.
청와대란 공간이 더 이상 최고권력이 독점하는 위엄의 성(城)이 되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실은 나라 정책 결정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 여론을 끝없이 취합하는 공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청와대로 복귀하는 이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청와대 개방으로 1천6백만명이 관람의 기쁨을 만끽했다는 위안이 저간의 뒤엉킨 대통령실 이전의 혼선을 모두 덮는 것은 아닐 것이다.
―――――――――――――――――――――――――――――――――――――――――
◈대통령이 빛난 업무보고…만기친람은 경계해야
지난 8일부터 19부·5처·18청·7위원회 등 22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부처 업무보고가 어제 해양수산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업무보고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면서 '재플릭스'(이재명+넷플릭스)로 불릴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히고, 대통령의 질책과 칭찬이 일하는 공무원상을 독려하는 역할도 했다. 답변을 잘해 주목받은 공무원도 있었지만, 가장 빛을 발한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이 대통령의 디테일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현장을 잘 아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의 지나친 디테일은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대통령이 각 부처의 세부 사안까지 거론하는 것은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로 포장될 수는 있지만, 모든 국정을 최고 권력자가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통치로 비쳐진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답변 내용을 문제 삼아 면박 주는 모습은 인사권자의 공개적 퇴진 압박으로 읽혔다.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권 이너서클이 문제'라는 발언은 민간 금융사 인사와 지배구조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의 말은 정책 신호다. 특히 업무보고 과정에서 대통령 발언은 관료 조직과 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대통령의 즉흥적인 문제 제기는 행정의 연속성을 흔들 위험이 있다.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능력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권력 집중과 행정 왜곡을 야기한다. 만기친람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재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