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경북 북동부를 휩쓴 대형 산불이 산을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지금도 선명한 상흔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숲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불에 그을렸던 나무들은 비와 바람을 견뎌내며 껍질을 벗고, 그 아래 숨겨져 있던 희고 연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풍화와 건조의 시간을 지나며 마치 눈이 내려 덮인 듯 대지의 혈관이 드러난 하얀 골짜기 위로, 불길 이후 남겨진 흔적들이 자리를 옮기고 뒤섞이면서 산은 서서히 또 다른 생명을 품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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