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Views] 계엄 13개월만에 나온 당대표의 지각 사과…‘野 장동혁호’ 반전 가능할까

  • 정재훈
  • |
  • 입력 2026-01-07 18:30  |  수정 2026-01-09 14:35  |  발행일 2026-01-09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당시) 여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당 쇄신안을 발표했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이후 1년1개월 만에 나온 당 대표의 공식 사과다. 이날 장 대표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온 이 같은 '만시지탄' 성격의 사과가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장 대표가 발표한 '이기는 변화'라는 이름의 기자회견문에는 앞으로 당을 개혁하겠다는 청사진도 담겼다. 주요 내용은 △청년 의무공천제 △전문가 네트워크 정당 △약자와 연대 등이다. 그동안 '강성 보수' 이미지에 갇혀 있던 당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당명 개정도 시사했다. 이는 '계엄 정당'의 꼬리표를 떼고 새 간판으로 6·3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 선언은 빠졌다. 더욱이 장 대표는 이날 "비상계엄은 잘못된 수단"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계엄 사태를 촉발시킨 윤 전 대통령 및 전임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과거' '잘못' 등 추상적인 단어로 이를 대신할 뿐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TK) 등 전통 지지층의 이탈을 우려해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한 채 어정쩡한 봉합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은 재건축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지만, 오늘 장동혁 대표의 혁신안은 내부 '인테리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국민이 바라는 '변화와 쇄신'은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옹호해 온 정치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명확한 절연"이라며 "오늘 메시지에는 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담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내 인사는 "계엄 사태에 대한 과감한 인적 청산(컷오프) 등 개혁을 약속하지 않고 공천 룰만 만지작거리는 것은 결국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다시 기회를 주겠다는 뜻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절연 선언' 없는 중도층 확장 전략은 결국 한계에 부딪힐 전망이다. 중도층은 단순히 사과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윤어게인'에서 완전히 벗어나 환골탈태했는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헌정 유린의 책임자와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하는 당의 '소심한 변화'로는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이 장 대표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당내외 역학관계를 풀어야 한다. 당내에서는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꼽힌다. 당장 예고된 당명 변경이나 공천룰 등을 두고 충돌할 경우 '이기는 변화'는 시작도 전에 내부 총질로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반(反)이재명 연대'의 파트너,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연대 문제가 남아 있다. 장 대표는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고 했지만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깊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중도·청년층 표심을 위해선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필수적이지만, 이는 동시에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뇌관이다.


결국 장동혁호(號)의 순항 여부는 때늦은 사과의 진정성을 얼마나 행동으로 증명하느냐, 그리고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야권 빅텐트를 현실화할 수 있는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제와서 간판을 바꿔 달고 청년들을 앞세운다고 해서 '계엄정당'이라는 오명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며 "늦은 사과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앞으로의 행보는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자 이미지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