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국민의 술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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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3 06:00  |  발행일 2026-01-23

국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 가격은 대한민국 서민의 생활사이자 희로애락을 비추는 거울이다. 정부의 공식 가격 조사가 시작된 1970년에 소주 한 병(360㎖)은 65원이었다. 당시 쌀 10kg이 720원, 쇠고기 500g이 375원이었다.


소주 값은 한국 경제의 성장과 위기를 고스란히 담아 꾸준히 상승해왔다. 1975년 100원을 넘어섰고, 1980년대 200원대를 돌파했다. 1981년 270원이던 당시 젊은이는 1천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소주와 안주를 사들고 조용한 곳으로 모였다. 소주가 서민생활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350원, 1996년 510원, IMF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1998년에는 600원대에 진입했다. 경제가 휘청이던 시기에도 소주는 여전히 '부담없는 위로주'로 존재했다. 2004년에는 마침내 소주는 1천원을 넘어서 34년 만에 15배 이상 올랐다. 현재 대형마트의 소주 값은 1천300원 가량으로 여전히 '가성비 최고의 국민 술'이다.


흥미로운 것은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가격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1960년대 30도였던 소주는 1970년대 25도, 1990년대에는 21~23도로 낮아졌다. 2006년 19.8도 제품 등장으로 '20도의 벽'이 무너져 요즘은 14.9도까지 떨어졌다. 애주가들은 소주 도수가 낮아진 것은 단순한 제조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달라진 음주문화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빨리 취하기 위해 독한 술을 마셨으나, 요즘은 대화와 분위기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술의 양보다는 품질, 취기보다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사회적 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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