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 취업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청년

  •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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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5 17:44  |  수정 2026-01-25 18:52  |  발행일 2026-01-25

'쉬는 인구'는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인구를 뜻한다. 쉬는 청년층 인구가 늘면서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직업계 고교에선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골인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찾은 한 마이스터고에서 만난 졸업 예정 학생들 표정은 사뭇 달랐다. 학생들은 취업 자체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어느 기업으로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삼거나 중견기업도 충분하다며 담담하게 말한다. 취업 여부보다 자신에게 맞는 선택지를 찾는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자신감이 충만했다. 이는 학교에서의 체계적인 기술 교육과 수 차례현장 실습, 기업과 연계된 교육과정에서 비롯됐다. 이들에게 취업은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졸업 이후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과정이다.


특성화고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업처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졸업생 수보다 더 많은 취업 가능 인원을 확보한 학교들도 있었다. 조건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더 좋은 일자리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물론 모든 직업계고 학생이 취업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이들은 적어도 자신의 선택을 비교적 빨리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일반 청년들의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서도 뚜렷한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잖다. 적성보다는 취업 자체가 우선이다. 여기에 대기업 선호 현상, 신입보다 경력 우선,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선택지를 더 좁게 만든다. '조금 더 준비해 더 나은 곳에 가야 한다'는 판단이 길어지면서 그 시간은 고스란히 쉬는 인구 증가로 이어진다.


쉬는 인구를 사적 문제로만 바라봐선 해답을 찾기 어렵다. 졸업 후에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힘든 구조 속에서 일반 청년들은 직업계고 학생들과 다른 출발선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구조적 변화와 인식 전환 없이는 '쉬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학교와 산업현장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중소·중견기업을 첫 일자리로 선택하더라도 충분한 경력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대기업이 아니면 실패'라는 안이한 인식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마이스터고 교실에서 느낀 학생들의 자신감은 청년 개인의 의지와 사회가 만들어준 경로가 맞물리며 가능해졌다. 쉬는 인구 역시 청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일할 수 있는 자리와 그 자리로 자신 있게 걸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을 함께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 김현목 기자<사회2팀>


김현목 기자 <사회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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