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소상공인 실패에서 배운다] 원장 역량으로 끌어가는 학원은 한계

  • 최미애
  • |
  • 입력 2026-02-02 17:29  |  발행일 2026-02-02
<2> 코로나 때 폐업 후 재창업한 학원 원장 이씨
강점이던 주도학습이 팬데믹에는 독
2년간 밤샘 공부하며 재도약 준비해
코로나19 당시 폐업했다가 학원을 재창업한 이기영(가명)씨가 강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코로나19 당시 폐업했다가 학원을 재창업한 이기영(가명)씨가 강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0년 2월, 대구 시민들은 전례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당시만 해도 감염인이 다녀간 가게를 비롯한 공간은 줄줄이 폐쇄됐고, 동시에 일상도 멈췄다. 대구 수성구의 한 건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건물 3층에 코로나19 대규모 감염과 관련된 특정 종교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방역당국이 확인했고, 이후 해당 시설 입구에는 노란색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졌다.


◆강점이 오히려 독이 되다


같은 건물 4·5층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이기영(가명·49)씨에게 '출입금지 테이프'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 공간에는 적막만 감돌았고,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매출은 거짓말처럼 '0원'이 됐다. '코로나가 겁이 나서'가 아니라, 학생이 오지 않는 상황이 되면서 출근할 필요도 없었다. 학원에서 일하던 선생님들도 채용 중단이 됐다.


그가 운영 중인 학원은 '자기주도 학습센터' 형태였던 터라 코로나19의 타격이 컸다. 학습센터의 강점이던 '자기주도 학습'은 팬데믹 상황에서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됐다. 일반 강의형 학원과 달리 비대면 전환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학원의 강점이 있었지만,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직원으로 업체를 일궈왔는데, 하루아침에 학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이씨는 학원 문을 닫은 상태에서 수익이 없는데도 6개월간 매월 200만원의 월세를 부담해야 했다. 수익이 없었기에 결국 보증금에서 월세가 깎여 나갔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구청에 언제 '출입금지' 테이프를 없애는지 문의하기도 했지만, 속 시원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구청에선 "지침이 내려오는 게 없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씨는 "학원 운영을 해야 하는데 저것 때문에 할 수가 없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이해되는 상황이지만, 당시로선 앞이 보이질 않았다. 집에서 김치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속을 끓이는 날들이 이어졌다.


폐업했다가 재창업한 학원 원장 이기영(가명)씨가  교실에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폐업했다가 재창업한 학원 원장 이기영(가명)씨가 교실에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밤샘 연구로 콘텐츠 갈고 닦아


무너진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8년 이씨가 학원에 도입한 '비문학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학원 운영을 하지 못하다 보니 프로그램의 사용료만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를 본 해당 프로그램의 본사 대표가 이씨에게 멘토가 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씨는 6개월 정도 쉬다가 그해 하반기부터 이전 학원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학원을 열고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이 과정에서 본사 대표는 새롭게 문을 열 학원의 입지를 정하는 데도 조언했다.


재기를 위한 이씨의 노력은 처절했다. 군 제대 후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20대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간절함'이 다시 그를 일으켜 세웠다. 마음을 다잡은 이씨는 2년 동안 학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한 후,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학원에 남아 공부했다. 학부모에게 보내는 글을 고쳐쓰는 것부터 시작해 학원에서 도입한 비문학 훈련 프로그램을 직접 공부하는 데 집중했다. '내가 완벽히 알아야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을 당시도 전국에 소문난 학원을 직접 찾아다니고, 그 학원의 노하우를 배워왔다.


재창업을 하며 기존에 해오던 '비문학 훈련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빛을 보게 된 건 시대적인 흐름도 영향이 있었다. 학생들이 독해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비문학 지문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력의 결과, 학원은 3년 연속 정원 마감을 기록했고 지난해 대구 내에 새로운 지점을 열 정도로 성장했다.


◆원장 역량에만 의존하는 학원은 한계


그는 새롭게 학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세운 원칙도 있었다. 바로 '나(원장)의 역량에 의존하는 학원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보통 학원 원장들은 본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자기주도학습센터를 하면서 아이들 동기 부여를 하고 열심히 하는 건 정말 자신이 있었습니다. 독해력이라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역량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니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느꼈어요. 선생님들의 교육에도 포커스를 두고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코로나19를 겪은 후 새롭게 학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원도 함께 성장하는 학원을 추구했다.


이씨가 멘토가 된 본사 대표에게 "직원의 충성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 원장이 당장은 재정적인 여유가 없으니까 급여를 올려주지 못한다.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3가지 요인이 있는데, 첫째는 사람, 둘째는 비전, 셋째는 돈"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이씨는 급여는 당장 올려주지 못하더라도 나머지 두 가지를 채워주는 데 주력했다.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회식할 때는 아낌없이 투자했고, 부산의 최고급 숙소에서 3박 4일 워크숍도 열었다.


그는 재창업을 하고자 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연한 낙관론이나 과거의 성공 방식을 답습하는 것은 경계해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창업을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그냥 '용기 내시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우리가 뭔가 새로운 걸 한다고 생각하는데, 멀리서 우리를 보면 그냥 맨날 하는 대로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나타나는데, 그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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