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모이는 명절, 안부와 걱정 스러운 마음에 한 질문이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공부 잘 하니?", "취업은 했니?",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 "결혼은 안하니?", "아직 아이 소식은 없어?", "둘째는 안낳으려고?",….
'명절에 듣기 싫은 말이 뭐가 있을까?'라는 디지털팀장의 질문에 봇물 터지듯 쏟아진 말들이다. 모두 명절 때 친척들에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들로, 언뜻 안부와 걱정처럼 들리지만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압박이 되는 말들이다.
취업, 결혼, 출산처럼 개인의 삶과 직결된 질문이 반복되면서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 사이에서는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는 간섭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반응이 많다.
설을 앞두고 '명절증후군' 방지 차원에서 '말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해야 할 말'을 정리해봤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모이다 보니 서로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걱정돼서 한 말이 자칫 상처로 남는 말들을 나도 모르게 할 수 있어서다.
우선 외모 관련 언급을 조심해야 한다. "살이 좀 찐 것 같다, 살쪘니?", "키는 몇이야?",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니?" 등이다.
직접적으로 경제적 상황을 묻는 말도 한 번 더 고민해야 한다. 취업을 준비 중인데 "어디에 취업했니?"와 같은 우를 범할 수도 있고, 취업을 했더라도 급여가 생각보다 적은데 "취업했다며? 월급은 많이 받아? 얼마 버니?"와 같은 질문은 누구라도 피하고 싶을 것.
또 "어디 살아? 집은 장만했어?", "아파트 평수는?" 같은 표현은 비교와 평가로 이어지는 말들은 조심해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반에서 몇 등 하니?", "내신성적은 어때? 괜찮아?", "대학은 어디갈 거야?" 등이다. 학업에 관심이 많고 성적이 뛰어나더라도 자칫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최근 들어선 스마트폰 사용이 늘며 스마트폰과 관련한 말도 상처가 되는 말로 꼽히고 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중독이니?", "OO는 스마트폰 없으면 못 사니?" 같은 말이다.
대구스마트쉼센터 박신혜 책임상담사는 "요즘에는 청소년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그렇고 휴대전화만 하고 있다. 중독성향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중독자'라는 말은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중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독이라는 단어 대신 과의존이라는 명칭으로 바뀌고 있다. 과의존 여부는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에서 자가진단을 통해 1분이면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명절 대화의 방향을 '평가'가 아닌 '공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과를 묻기보다 과정과 노력을 인정하는 표현이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 많이 바쁘지?", "건강이 제일이야", "올해도 원하는 대로 잘 되길 바란다", "기분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보내자",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같은 말은 부담 없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덕담으로 꼽힌다.
영남대 이지민 교수(휴먼서비스학과)는 "대화에서 배려가 앞설 때 비로소 모두에게 편안한 명절이 될 것"이라며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갖는 과정에서 나오는 질문이겠지만 사적이고 부담이 되는 얘기는 되도록이면 피하고 '요즘 상황은 이러한데 잘 됐으면 좋겠다' 정도 선에서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 한마디를 건네기 전 상처가 되는 말은 아닐지 잠시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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