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성주군청 재무과 황지환 주사보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세무조사를 설명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23일 황지환 주사보가(중앙)가 성주군청 재무과 황영미 과장(왼쪽), 박윤정 팀장과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한 세무조사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석현철 기자>
"조사관의 진짜 가치는 서류를 들춰보는 '노동'이 아니라, 데이터를 읽고 법리를 적용하는 '판단'에 있습니다."
2026년 경북도 지방세 세무조사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성주군청 재무과 황지환(39) 지방세무주사보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그가 들고 나온 'HYBRID 세무조사 기법'은 단순히 기술 도입을 넘어, 수십 년간 이어온 지방세정의 문법을 통째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주사보가 개발한 'HYBRID 기법' 핵심은 철저한 분업이다. 방대한 양의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를 디지털화해 엑셀(Excel)에 담고, 이를 AI(ChatGPT 등)가 교차 분석하게 한다. AI가 자금 흐름의 모순점을 찾아내 "이 대목에서 취득세 누락이 의심된다"고 짚어주면, 조사관은 그 지점을 현미경 보듯 정밀 검토한다.
"과거에는 수천 장의 종이 서류를 대조하느라 정작 중요한 법리 검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제 AI가 1차 스캐닝을 끝내주니, 사람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최종 판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죠."
이 방식의 효율성은 숫자로 증명됐다. 지난해 경북도 합동조사 당시, 이 기법을 통해 누락된 과세표준 40억 원을 발굴해 2억 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놀라운 점은 단 한 명의 인력이 불과 한 달 만에 50개 법인을 전수조사했다는 사실이다. '야근 없는 세무조사'가 성주군에서 현실이 된 것이다.
사실 황 주사보의 혁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8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2021년에도 농막 및 폐가 관련 재산세 개선 사례로 수상한 바 있다. 당시에도 선배들이 종이 서류에 매달릴 때 그는 엑셀을 활용한 데이터 행정을 고집했다.
"왜 여전히 수작업인가"라는 그의 의문은 5년 뒤 AI 기술과 만나 만개했다. 하지만 그는 기술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보안을 위해 법인명과 번호를 철저히 마스킹 처리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편리함보다 행정의 신뢰가 우선이라는 철칙 때문이다.
박윤정 재무과 팀장은 "황 주사보는 단순한 세무 공무원을 넘어 행정의 미래를 설계하는 아키텍처"라며 극찬했다.
이제 황 주사보의 시선은 경북을 넘어 전국으로 향한다. 그는 경북도 대표로 행정안전부 주관 '지방재정대상' 무대에 설 예정이다.
성주군 황영미 재무과장은 "성실 납세자를 보호하고 공평 과세를 실현하는 이 모델이 전국 지자체의 표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황 주사보는 겸손하지만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제 목표는 AI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이라는 도구를 잘 다뤄서, 누구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 '최고의 조사관'이 되는 것입니다."
성주발(發) '나비효과'가 대한민국 지방세정의 지도를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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