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 대구유림회 회장(오른쪽)이 최근 대구유림회 정기총회에서 소록도 한센병박물관 강선봉 구술사회장에게 한센인들을 위한 기부금 500만원을 전달한 뒤 강 회장이 기증한 작품 '수탄장'을 함께 들어 보이고 있다.강승규 기자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한센인 공동체와 함께 살아온 한 예술인의 시가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소록도 한센병박물관 구술사회장을 맡고 있는 강선봉(87) 예술인이 20여 년 전 써 둔 시 '소록도 아리랑'이 최근 대구에서 곡이 붙으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이 노래 작곡자는 윤석준 대구유림회장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봄 소록도에서 시작됐다. 윤 회장이 우연히 소록도를 찾았다가 한센병박물관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강 회장을 만난 것이다.
당시 전시관에는 강 회장이 직접 그린 그림과 시, 서예 작품들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한센인들의 삶과 소록도의 역사를 담은 작품들이었다. 강 회장은 그 자리에서 오래 전 써 둔 시 한 편을 보여주며 "노래로 만들고 싶었지만 곡을 붙일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시가 바로 '소록도 아리랑'이다.
윤 회장은 그 자리에서 작곡을 맡겠다고 했다. 이후 곡을 완성해 강 회장에게 전달했고, 시와 선율이 만나며 한센인의 삶을 노래하는 아리랑이 탄생했다.
이 노래는 최근 대구유림회 정기총회에서 소개됐다. 윤 회장은 행사에 강 회장을 초청했고, 강 회장은 축사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인연"이라며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대구에서 이런 따뜻한 마음을 받을 줄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이날 소록도 한센인들의 삶을 돕는 데 써 달라며 5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강 회장은 답례로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 '수탄장'을 윤 회장에게 기증했다.
강선봉 소록도 한센병박물관 구술사회장이 그린 작품 '희망(여아)'. 꽃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희망과 따뜻한 미래의 메시지를 표현했다.강승규 기자
강 회장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한센병 환자였던 부모를 따라 소록도에 들어왔다. 이후 평생 섬을 떠나지 않고 살며 시와 그림을 통해 한센인들의 삶과 기억을 기록해 왔다. 현재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문화와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소록도는 일제강점기 한센인 강제수용시설이 설치되면서 수많은 환자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오랜 차별과 고통의 역사가 남아 있는 섬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그 세월을 예술로 기록해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윤석준 대구유림회장은 "소록도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인간의 존엄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노래와 예술을 통해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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