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청춘] “고령환자 수술후가 더 중요” 회복기 재활치료 일상회복 출발점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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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5 10:43  |  발행일 2026-03-25
재활공백으로 요양병원 직행 허다…병원 간 연계·정보 부족 원인
재활기관 늘리고 수가체계도 손질…회복 중심 의료로 전환 시급
고령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는 모습(왼쪽)과 요양병원에서 돌봄을 받는 모습. 급성기 치료 이후 회복기 재활 없이 요양병원으로 이동하는 재활 공백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프=생성형 AI>

고령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는 모습(왼쪽)과 요양병원에서 돌봄을 받는 모습. 급성기 치료 이후 회복기 재활 없이 요양병원으로 이동하는 '재활 공백'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프=생성형 AI>

지난 겨울 빙판길에 미끄러져 고관절이 부러진 대구 수성구 박모(86)씨는 곧바로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한 달 남짓 치료 끝에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시 걷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집중 재활이 꼭 필요했지만, 가족들은 어디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선뜻 길을 찾지 못했다. 결국 박씨가 옮긴 곳은 집에서 가까운 요양병원이었다.


박씨 딸은 "수술만 잘 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퇴원할 때쯤 되니 재활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런데 현실에선 어르신을 맡길만한 재활치료 체계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가장 눈에 띄는 요양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사례는 대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고령인구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대구에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급성기 병원에서 큰 병을 치료한 뒤, '재활을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단계'가 촘촘하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적지 않은 노인이 요양병원으로 곧장 향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지역 의료가 풀어야 할 숙제는 단순한 연명이 아니라 '회복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체계'를 세우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도 비켜가지 못한 '재활 공백'


지금 의료 현장에선 대형병원에서 수술과 집중치료를 마친 고령 환자가 회복기 재활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 채 요양병원으로 이동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재활병원과 요양병원은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역할은 전혀 다르다. 재활병원은 질병이나 수술 이후 떨어진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요양병원은 장기 입원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보호·관리하는 기능이 중심이다.


재활병원에선 물리치료, 작업치료, 연하·언어치료 등이 환자 상태에 맞춰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목표는 분명하다. 다시 걷게 하고, 다시 씻고 입고 먹게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구조적으로 장기 돌봄과 관리 비중이 크다. 일부 재활치료가 이뤄진다 해도 강도와 시간, 목표 설정 면에선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선 재활이 꼭 필요한 환자들마저 재활병원보다 요양병원을 먼저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호자가 병원을 찾기 쉽고, 입원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고,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가 겹친 결과다. 병원 간 전원체계가 촘촘하지 않고, 환자와 가족에게 적절한 회복기 재활 정보를 알려주는 장치도 충분치 않다. 경북대병원도 최근 '대구광역시 재활서비스의 현재와 발전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지역 재활서비스 현황과 급성기·회복기 재활체계의 보완 필요성을 논의했다.


◆초고령사회의 승부처는 '돌봄'이 아니라 '회복'


전문가들은 고령 환자에게 재활은 선택이 아니라 예후를 가르는 핵심 치료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관절 골절이다. 노인은 한 번 넘어지는 사고만으로도 삶의 궤도가 통째로 바뀐다. 수술을 제때 받아도, 이후 재활을 놓치면 근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보행 능력이 무너진다. 그러면 다시 걷지 못한 채 침상 생활이 길어지고, 결국 장기 요양 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대구 의료 현장에서도 이런 우려는 낯설지 않다. 지역 병원들은 고령층 대퇴골·고관절 골절 환자가 늘고 있지만, 수술 이후 재활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시스템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역 의료진은 고관절·골절 환자에서 수술 골든타임뿐 아니라 이후 회복 단계까지 함께 설계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오래 병원에 머물게 하는 데 있지 않다. 가능한 한 스스로 움직이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살던 곳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데 있다. 초고령사회일수록 의료는 '얼마나 오래 입원시키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회복시켜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은 이미 '재활 먼저'


초고령사회를 먼저 겪은 일본은 의료체계를 급성기, 회복기, 만성기로 비교적 선명하게 나눠 운영해왔다. 특히 축이 되는 것은 '회복기 재활병동'이다. 뇌졸중, 고관절 골절, 폐렴 이후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일정 기간 집중 재활을 제공하고, 병원은 환자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의료보상 역시 단순 입원 기간보다 재택 복귀 성과와 맞물려 설계돼 있다.


한국도 회복기 재활의 필요성을 제도적으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지역 현장에선 아직 '회복기'가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충분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형병원 치료 이후 환자가 어느 병원, 어떤 단계로 옮겨야 하는지 길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은 정보 부족 속에서 가장 손쉬운 선택지를 택하게 되고, 그 끝이 요양병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통합돌봄 시대, 대구가 먼저 풀어야 할 질문


오는 27일부터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전국 시·군·구에서 통합돌봄이 본격 가동된다. 정부는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을 통합 지원받도록 제도를 설계했고, 대구 역시 시·도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지역 통합돌봄 지원체계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돌봄' 이전에 '재활'이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처럼 '대형병원 치료→요양병원 이동→장기 요양'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는 지역사회 복귀라는 통합돌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뀌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대형병원 치료→회복기 재활→집으로 복귀→필요 시 돌봄'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회복기 재활을 맡을 지역 의료기관을 더 촘촘히 키우고, 상급종합병원과 재활의료기관, 요양병원 사이 전원 기준과 연계 체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환자를 오래 붙잡아 두는 의료가 아니라, 다시 걷게 하고 다시 생활하게 만드는 의료에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수가 체계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초고령 대구가 맞닥뜨린 질문은 단순하다. 병을 고친 뒤 어디로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할 것인가다. 이제 지역 의료도 '치료의 끝'을 말할 것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을 설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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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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