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대구경북 ‘산재 예방책’…특정 업종·대상 ‘쏠림’ 고착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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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2 20:01  |  발행일 2026-04-22
건설·제조 사망 77.6% 집중…사고 못 끊는 업종
산재 당하는 5명 중 4명은 5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외국인 산재사망 3배 증가, 새로운 산재 취약지
전문가 “정밀 예방대책 없으면 사각지대 반복될 것”
대구 수성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고소 작업대에서 외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 수성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고소 작업대에서 외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경북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력 부족·공기 단축 압박·위험작업 외주화·형식적 안전관리 등 노동현장 내 고질적인 문제를 끊어내지 못하면서다. 여기에 특정 업종과 특정 대상에 산업재해가 집중되는 '고착화' 현상도 지속되고 있어 고강도 산재 예방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경북 산업재해 사망자 만인율, 업종별 현황 <인포그래픽=생성형AI>

대구경북 산업재해 사망자 만인율, 업종별 현황 <인포그래픽=생성형AI>

◆대구경북 산업재해자 수↑…'사망자' 매년 수십명


22일 고용노동부에 확인 결과, 최근 3년간 대구경북 전체 산업재해자 수는 2023년 1만4천172명, 2024년 1만4천351명, 2025년 1만5천470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 중 산재사망자 수는 2023년 78명, 2024년 53명, 2025년 92명으로 매년 수십명에 달했다.


노동자 1만명당 발생한 사망자 수를 뜻하는 사망사고 만인율도 궤를 같이했다. 대구지역 사망사고 만인율(잠정치)은 2024년 0.28→2025년 0.38로, 경북은 같은 기간 0.44→0.82로 치솟았다. 2025년 기준(전국 평균 0.43)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북은 2번째로, 대구는 8번째로 사망사고 만인율이 높았다.


선린대 이창은 교수(산업안전보건학과)는 산업현장 내 잠재된 위험요인이 끊임없이 도출되고, 안전관리체계 운영 지속성이 무딘 점을 지역 내 산재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 배경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전체 재해자 수와 만인율까지 함께 높아졌다는 것은 산업현장 내 위험사례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감독 강화 등 다양한 산재 예방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고착화된 '작업 풍토'를 바꾸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산재 감소로 이어지기 어렵다. 어떤 노동 조건과 작업 관행 속에서 산업재해가 누적되고 있는지 구조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 산업재해 발생 업종 규모별,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 현황 <인포그래픽=생성형AI>

대구경북 산업재해 발생 업종 규모별,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 현황 <인포그래픽=생성형AI>

◆대구 산재 사망자 건설·제조업종 '쏠림 고착화'


대구지역 내 산재사망자를 업종별로 분류하면 건설업·제조업의 쏠림 현상이 도드라진다. 최근 3년(2023~2025년)간 산재사망자 총 223명 가운데 건설업이 95명(42.6%)으로 가장 많았다. 추락과 붕괴 등이 주요 사고 유형이다. 제조업은 78명(35.0%)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제조업은 끼임과 부딪힘, 깔림 등의 사고가 주를 이뤘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산재 고착화도 뚜렷하다. 대구경북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중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 수는 2023년 62명(비중 79.5%), 2024년 43명명(81.1%), 2025년 73명(79.3%)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는 2023년 7명(9.0%), 2024년 4명(7.5%), 2025년 8명(8.7%)에 그쳐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은 교수는 "이미 위험성이 잘 알려진 사고 유형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인력 부족과 공정 압박 속에서 안전수칙이 후순위로 밀리고, 감독도 현장 작업방식을 바꾸는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하면 산재는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나 하도급사 중심 현장에선 제도적 예방 효과가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산재를 줄이려면 정부가 업종별로 반복되는 사고 유형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예방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노동자 산재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최근 3년간 대구·경북 외국인 산재사망자 수는 2023년 7명(9%), 2024년 5명(9.4%)으로 한 자릿대를 유지하다 지난해엔 16명(17.4%)으로 부쩍 늘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제조업·농림업 등 고위험 업종에 외국인 노동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언어 장벽과 안전 관련 전달 한계, 원·하도급 공사계약 구조 고착화 요인까지 겹쳐 외국인 산재사망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고위험업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영세사업장 재해가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은 위험이 취약한 고용구조에 더 많이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처럼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새로운 근로자 집단에 맞춘 정밀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재처럼 특정 업종과 취약한 고용구조에 계속 고착화돼 '새로운 산재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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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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