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만 흥해읍 둘로 쪼개졌다…포항 선거구 획정 ‘후폭풍’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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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8 20:40  |  발행일 2026-04-28
경북도의회 획정안에 구도심·신도시 쪼개져
구도심과 초곡지구 등 신도시 간 지역 갈등 우려 확산
주민들 선거 공학적 분할 대신 행정구역 개편 선행 요구
신시가지로 묶여 선거구가 분리된 흥해읍 초곡지구 전경. <전준혁기자>

신시가지로 묶여 선거구가 분리된 흥해읍 초곡지구 전경. <전준혁기자>

6·3지방선거에서 경북 포항시 흥해읍이 두 개의 선거구로 쪼개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인구 6만 명의 단일 읍이 기형적으로 분할되자, 국민의힘의 의석 독식을 위한 꼼수라는 여당의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행정구역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경북도의회의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포항시 흥해읍은 '가' 선거구와 '나' 선거구로 나뉘게 됐다. 기존 도심과 농어촌 지역은 '가' 선거구로 묶인 반면, 대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로 인구가 급증한 초곡지구를 비롯해 이인리와 대련리 등 일부 지역만 떼어내 '나' 선거구로 독립됐다. 단일 행정구역이 두 개의 선거구로 찢어지는 상황에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구도심과 초곡지구 등 신도시 주민 간 심리적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선거구 분할이 지역 내 이질감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역 주민들은 갈등 소지가 있는 '선거구 쪼개기'가 아니라 생활권과 정서적 유대감을 고려한 행정구역 개편이 먼저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한 득표 유불리나 선거 공학적 편의에 맞춰 지역 공동체를 갈라놓는 것은 주민 정서를 철저히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다.


정치권의 반발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 광역·기초의원 일동은 이번 선거구 획정을 거대 야당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꼼수 게리맨더링'으로 규정했다. 대다수가 국민의힘 소속인 경북도의회의 이번 결정이 타 정당의 의회 진출을 막아 의석을 독식하려는 노골적인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4인 선거구 분할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무시한 채 2인 선거구 중심의 획정을 강행한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당 역시 투쟁에 가세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희진 진보당 포항시 위원장은 "선거를 불과 한 달 남짓 앞두고 선거구를 쪼개고 붙이는 누더기 획정은 유권자와 후보 모두를 기만하는 깜깜이 선거를 만드는 폭거"라며 "국민의힘의 당선 가능성만 고려한 막가파식 난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번 획정이 의석 독식을 위한 인위적 '쪼개기'가 아니라 법적 기준과 상위 선거구에 맞춘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포항시의원은 "흥해읍의 경우 단일 행정구역임에도 인구가 도의원 선거구 인구 상한선을 초과해,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광역의원 선거구가 이미 두 개로 분할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북도의회는 국회에서 확정해 내려보낸 상위 선거구의 경계에 맞춰 하위 선거구를 조정한 것일 뿐"이라며 "의석 독식을 위해 일부러 행정구역을 갈라놓았다는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흥해읍 구시가지 주민 이상호(44)씨는 "몇 년 전부터 초곡 이인리 등 신시가지에 젊은 층이 몰리면서 구시가지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며 "안 그래도 소외된 구시가지 읍민들은 이번 선거구 조정으로 다른 면과 묶이면서 더 소외감을 느끼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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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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