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구미공장의 300mm 실리콘 웨이퍼 제조시설<영남일보 DB>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설(영남일보 6월 10일자 10면)이 확산되면서 구미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광주·전남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기업 유치 논의가 이어지면서 구미 반도체 소재·부품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산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전남에서는 반도체 후공정인 패키징 관련 기업 유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8일 광주에서는 반도체 기업 유치 정책토론회가 열렸고 민형배 광주전남통합특별시장 당선인도 "머지않아 반도체 산업 관련 정부와 기업의 발표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설이 현실화될 경우 광주·전남은 패키징 거점으로 부상하게 된다. 구미는 웨이퍼와 기판, 소재·부품에 강점이 있다. 패키징 공정이 성과를 내려면 기판과 소재, 부품, 장비 생태계가 먼저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구미의 산업기반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구미는 SK실트론의 웨이퍼,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 원익QnC·KEC·LB루셈 등 소재·부품 기업을 보유한 반도체 도시다. 여기에 전력과 용수, 산업단지 기반, 정주 여건까지 갖추고 있다. 구미는 이런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반도체 팹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역 산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의 방향과 순서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후공정인 패키징 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판과 소재, 부품, 장비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고, 이들 기업이 가까운 권역 안에서 함께 성장해야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광주·전남이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된다면 구미의 소재·부품 기반을 동시에 키우는 것이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의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패키징 거점만 먼저 키우고 후방 공급망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벨트가 아니라 개별 거점 육성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권 경북·구미 반도체특화단지추진단장(금오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은 "광주·전남 패키징 산업이 성과를 내려면 그 안에 들어가는 기판, 소재, 부품, 장비 생태계가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오히려 구미의 산업생태계가 더 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에서 광주를 패키징 거점, 구미를 소재·부품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한 만큼 구미에도 광주·호남에 상응하는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구자근(구미갑) 국회의원 역시 "전력과 용수, 주거 여건 등을 종합하면 구미가 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산업은 특정 지역을 정치적으로 정해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최근 구미가 반도체 공정 핵심 소재 기반구축사업을 유치한 만큼, 구미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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