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2만의 ‘기적’… 외딴섬 카보베르데, 무적함대를 멈춰 세웠다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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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6 17:17  |  수정 2026-06-16 20:31  |  발행일 2026-06-16
포항 인구와 비슷한 월드컵 첫 출전국, H조 1차전서 스페인과 0대0 무승부 대이변
점유율 70%, 슈팅 27개 쏟아낸 세계 최강, 약체국 밀집 수비에 무릎 꿇어
16(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카보베르데 선수들이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을 무승부로 선방한 뒤 관중들을 향해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16(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카보베르데 선수들이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을 무승부로 선방한 뒤 관중들을 향해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 면적(4033㎢)은 제주도의 약 2.2배 크기에 인구는 고작 포항시와 비슷한 52만명이다. 아프리카 세네갈 다카르 앞바다에서 570㎞ 떨어져 있는 외딴 섬나라 카보 베르데가 16일(한국 시각) 꿈에 그리던 월드컵에 처음 출전해 우승 후보 '1순위' 스페인에 비겼다.


피파랭킹 67위 카보베르데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스페인에 0대 0으로 비겼다. 스페인은 점유율 70%, 슈팅 27회(카보베르데 6회)를 기록하고도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날 강력한 전력을 갖춘 스페인은 로드리(맨체스터 시티), 마르크 쿠쿠렐라(첼시), 가비, 페란 토레스, 페드리, 파우 쿠바르시(이상 바르셀로나)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는 주축 선수들을 대거 선발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전반 내내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41분엔 쿠쿠렐라가 머리로 떨궈진 공을 토레스가 골문 앞 불과 4m 남짓한 거리에서 강하게 찼으나 크로스바를 강타, 무위로 돌아갔다. 후반 물 보충 휴식 직후엔 '신성' 야마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이같은 대이변의 배경엔 48개국 체제가 낳은 약체국들의 맞춤형 전술이 자리잡고 있다. 본선 진출국이 늘어나면서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최하위권 국가들인 무리하게 맞불을 놓는 대신,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린 뒤 철저한 역습을 노리는 실리 축구로 대형 사고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 '언더독'들은 "끈질긴 육탄방어로 무승부만 해도 성공"이란 심리적 우위를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에서 조 3위만 해도 토너먼트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려있다. 언더독들 입장에선 무리하게 맞서 대패하는 경우 승점 확보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골득실에서 크게 밀리게 된다.


언더독들의 무승부 확보를 위한 소위 '버티기' 전략은 다른 경기 결과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같은날 뉴질랜드가 이란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루과이에 각각 비겼다. 승부는 2대 2, 1대 1이었다.


다가오는 조별리그 역시 다윗이 골리앗을 위협하는 '언더독의 반란' 무대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당장 17일(이하 한국 시각) 새벽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아프리카의 강호들을 상대로 시험대에 오른다. 프랑스는 세네갈과, 아르헨티나는 알제리와 각각 숨 막히는 1차전을 치른다. 이어 18일 새벽에는 북중미의 복병 파나마가 가나를 상대로 이변 사냥에 나서며, 20일 오전는 이번 대회 최고 변방으로 꼽히는 아이티가 C조 2차전에서 '삼바 군단' 브라질의 헐거워진 방패를 정조준한다. 앞서 첫판을 비긴 브라질·네덜란드의 수난을 지켜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확실히 주입된 만큼, 이들이 펼칠 릴레이 매치업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의 판도를 통째로 흔들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출전국이 늘어나면서 조별리그 한 경기 한 경기가 흡사 토너먼트 같은 단판 승부의 긴장감을 풍기고 있다"면서 "약체들의 밀집 수비를 깨기 위한 하프스페이스 공략과 롱패스를 통한 방향 전환 능력이 없는 강호들은 언제든 제2의 스페인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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