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아프리카를 4번 만나 딱 한 번 이겼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는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은 91%로 점쳤지만, 한국 축구팬들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약체를 상대로 비겨도 된다며 안일하게 접근했다 지옥으로 떨어진 참사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홍명보호, 아프리카 상대전적 '2승 4패'
한국은 25일 조별리그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맞대결에서 비기기만 해도 A조 2위를 꿰차고, 지더라도 32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유리한 자리에 있다. 자칫 패한다면 경우에 따라 4위로 추락할 수 있지만 이는 체코가 멕시코를 꺾는 경우다.
하지만 비기는 것을 목표로 경기에 나섰다가 경기 운영이 꼬이면서 패하는 사례는 허다하다. 홍명보호가 남아공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노려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아프리카 팀에 의외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아프리카 팀을 4차례 만나 1승 1무 2패의 열세를 보였다. 2006년 독일 대회 토고전에서 2대 1로 이긴 게 유일한 승리다. 이후 20년 동안 이기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나이지리아와 2대 2로 비겼고,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선 알제리에 2대 4로 참패했다. 역대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한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도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2대 3으로 패했다.
홍명보호의 아프리카 상대 전적도 좋지 않다. 1~2기 도합 6번 아프리카를 만나 2승 4패의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1승 제물'로 여겼던 알제리에 2대 4로 참패했다.
◆2017년 대회 예선 '카타르' 대참사 기억해야
특히 한 수 아래의 약체를 상대로 안일함에 빠졌다가 지옥문 앞까지 직행했던 잔혹사는 차고 넘친다. 가장 뼈아픈 장면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말리전. 당시 대표팀은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르는 절대 우위의 경우의 수를 쥐고 있었다. 그러나 '비겨도 된다'는 방심 속에 수비 집중력이 무너지며 경기 시작 55분 만에 내리 3골을 헌납, 0대 3으로 끌려가는 대참사를 맞았다. 후반 조재진의 멀티 골과 상대 자책골을 묶어 기적 같은 3대 3 동점을 만들어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약체를 상대로 한 방심이 초반에 어떤 파멸을 부르는지 증명한 일대 사건이었다.
낙관론에 취해 침몰한 사례는 또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로 이어진 2017년 6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 참사다. 당시 한국은 조 2위를 달리고 있었고, 카타르는 조 최하위에 머물던 명백한 약체였다. 승리가 당연해 보였던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대표팀은 느슨한 전술과 집중력 저하로 카타르의 역습에 수비진이 통째로 붕괴되며 2대 3 패배를 당했다.
◆전문가들 "안일한 경기, 가장 위험한 경기"
남아공은 이번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아프리카 전통 강호 나이지리아를 꺾고 본선으로 왔다. 만만한 팀이 아니다. 빠른 스피드와 강한 피지컬, 개인기를 갖고 있는데다 특유의 리듬이 무섭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번 리듬을 타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남아공은 지난 2차전에서 그 리듬을 찾았고 결과는 1대 1 무승부.
남아공(61위)은 앞선 두 경기에서 승점 1을 따는 데 그쳐 A조 4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으나 이번 경기에서 한국을 잡으면 32강 진출 가능성이 있다.
박찬하 축구 해설위원은 "이기면 32강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은 그 팀에 굉장한 동기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로선 비겨도 되기 때문에 1·2차전처럼 공을 쉽게 안 뺏기고 뒤에서 계속 가지고 있는다면 안 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경기가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학범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우리가 안일하게 경기하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 오히려 우리가 이겨서 32강으로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한다. 절박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감독은 "아프리카 선수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분위기가 올라온다. 남아공도 이기면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가 살아서 경기할 것"이라면서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야 그걸 꺾을 수 있다. 먼저 득점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조 대한민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전력.연합뉴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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