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천892m의 바라라차 라 고갯길을 오르는 도로. <사진=최영일, 눈빛 출판사 제공>
레 왕궁에서 내려다본 레 구시가지. <사진=최영일, 눈빛출판사 제공>
라다크 가는 길/최영일 지음/눈빛 출판사/232쪽
라다크 가는 길
이 세상 마지막 샹그릴라, 달 표면 같은 삭막한 지형, 작은 티베트…. 인도 북단 히말라야의 오지 '라다크'를 가리키는 수식어들이다.
영남일보 편집부국장 출신인 저자 최영일이 내놓은 신간 '라다크 가는 길'은 이 거칠고 신비로운 땅을 담은 포토에세이다. 책은 단순히 풍경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풍경을 온전히 통과한 한 인간의 깊은 내면을 비춘다. 히말라야의 압도적인 절경을 넘어 그 앞에서 두려워하고, 감탄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한 인간의 깊은 시선을 마주할 수 있다. 히말라야를 기록한 사진집인 동시에 한 권의 삶의 기록인 셈이다.
IMF 외환위기가 몰아치던 1998년 직장을 잃고 야인이 된 그는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섰다. 중동 레바논 내전의 야간 전투상황을 카메라에 담다가 죽을 고비를 넘겼고, 시리아에서는 여권을 날치기 당해 사막의 고혼이 될 뻔했다. 그럼에도 그 여정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마침내 '가장 험한 길'이라 불리는 라다크로 향했다. 여행 당시 6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그의 발걸음은 세상 끝을 향한 순례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라다크는 해발 5천m를 넘나드는 고갯길, 수십 겹으로 굽이치는 산악도로, 황량한 암벽과 눈터널, 1년 중 딱 석 달만 차량 통행이 그나마 원활한 육로 구간, 그리고 인간을 압도하는 히말라야의 침묵이 숨을 조여 오는 땅이다. 저자는 서문에 "위험하고 힘든 지역이지만 라마불교가 유일하게 잘 보존돼 있어 '늘 가고 싶은 곳'이라고 마음 속에 깊이 각인돼 왔었다"고 고백했다. 젊은이도 고산병으로 쓰러지는 험난한 길을 떠난 저자는 사진과 글로 이 여정을 하나의 체험으로 되살린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의 여행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건너는' 느낌을 받게 된다.
레 교외 한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곰파.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을 빼닮았다. <사진=최영일, 눈빛출판사 제공>
콕사르 계곡의 양떼. <사진=최영일, 눈빛출판사 제공>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사진이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1천400만 화소 미만의 소형 디지털카메라로 담아낸 사진들은 현장의 거친 공기와 긴장을 그대로 품고 있다. 빛을 과장하지 않고, 풍경을 꾸미지 않으며, 눈앞에서 마주한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사진과 산문의 균형에 있다. 사진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를 보여주고, 글은 그 작은 존재가 왜 끝내 길을 떠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절제된 문장에는 노언론인의 관찰력이 살아 있고, 그 안에는 팔순을 넘은 인간만이 쓸 수 있는 삶의 성찰이 스며 있다.
오늘날 여행은 너무 쉽게 소비된다. 그러나 이 책은 여행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이며,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겸손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히말라야는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며, 그 앞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크기를 깨닫게 된다.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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