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의원이 17일 영남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미애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의 8·17 전당대회 최고위원 도전은 단순히 지도부 한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험지인 대구·경북에서 성장한 정치인이 처음으로 선출직 최고위원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과거 대구·경북 인사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전국 당원과 국민의 직접적인 선택을 받는 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임 의원이 처음이다.
임 의원은 '지역 대표성'에만 기대지 않는다. 임 의원은 17일 영남일보 인터뷰를 통해 이번 출마에는 민주당이 호남과 수도권에 머무르지 않고 영남까지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의성군의원과 경북도의원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임 의원은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주민들과 소통하며 정치적 기반을 쌓아왔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갈등을 키우는 '집권야당'의 정치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함께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지도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 의원과의 일문일답.
▶출마 선언에서 "민주당이 길을 잃었다", "선거 이후에도 책임은 없고 갈등만 남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어떤 지점에서 길을 잃었다고 판단했나.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패배했다. 특히 대구의 김부겸, 경남의 김경수 후보가 패배한 것이 너무나 뼈아프다. 영남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지만, 당 지도부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무런 전략도, 갈등을 관리할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지만 선거 이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책임지지 않는 여당을 집권여당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부겸 후보의 패배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역주의의 벽을 다시 확인한 선거인가, 민주당이 대구에서 45%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선거인가.
"대구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부겸 후보는 그런 열망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였다. 김부겸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보수 후보가 받은 표도 역대 최고였다.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존재하고, 특히 선거 기간 불거진 중앙정치 이슈에서 비롯된 위기감도 컸다고 본다. 아직 지역주의의 벽은 높다. 그러나 민주당이 계속 좋은 후보를 준비한다면 대구 시민들도 충분히 화답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부겸 후보가 승리하지 못하면서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이 들어설 정치적 공간이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김부겸 후보를 지지했던 시민들은 여전히 대구에 남아 있다. 김부겸을 이을 민주당 정치인들의 과제는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있다. 당장 활동할 공간이 마땅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시민들을 만나 민주당의 가치를 알리고, 작더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쌓아가는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김부겸 전 총리가 다시 지역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경우 TK 민주당의 구심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임 의원이 그 역할을 이어받겠다는 의미도 이번 출마에 담겼나.
"영남의 이름으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집권여당 안에서 대구·경북의 목소리가 지금보다 더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여당의 유일한 대구·경북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민주당의 활동 영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제 역할을 하겠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원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대구·경북 등 험지 당원의 목소리를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인 1표제는 당원주권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민주당이 합의한 원칙이다. 다만 전략지역의 부족한 목소리를 보완하던 제도가 사라졌다는 점은 아쉽다. 별도의 가중치를 부여하더라도 그 비중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대표 선호투표제 도입을 놓고 친명계와 친청계가 강하게 충돌했다. 집권여당이 계파별 유불리를 먼저 계산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집권여당이 민생에 대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경쟁하느냐이지, 당내 경선 규칙이 아니다. 논란을 지켜보며 실망했을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현재 최고위원 선거는 사실상 친명계와 친청계의 최고위원회 과반 경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임 의원의 위치는 어디인가.
"이번 선거에 나선 이유는 여당 지도부가 더 이상 '집권야당'의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당정이 힘을 합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한다. 당정 갈등을 일으키고도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지지 않은 지도부가 다시 연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영남 민주당이 사람과 성과를 남길 수 있도록 당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선거에서 실제로 당선될 수 있어야 사람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다. 선거제도 개선 없이 지역의 자력만으로 정치적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지난 세월 동안 확인했다. 이제는 당이 책임지고 선거제도 개혁을 이끌어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최고위원에 당선된다면 TK 민주당을 위해 중앙당에 가장 먼저 요구할 것은 무엇인가.
"중대선거구제 확대와 결선투표제 도입, 실질적인 지구당 부활 등 정치개혁을 이끌 당내 전담기구 설치를 요구하겠다."
▶TK에서 민주당 후보가 낙선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생존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험지 정치인 육성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 있나.
"전국정당특별위원회와 영남발전특별위원회 등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설치돼 있는 기구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상시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에 요구하고 직접 챙기겠다."
▶지역 대표성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전국 당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TK 이외 지역의 당원들이 임미애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금 민주당에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저는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에서 정치하면서 입장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몸으로 배웠다. 지금 민주당의 상황에서도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민주당이 진정한 전국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집권여당이라면 전략지역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북을 기반으로 한 유일한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호남에서 성장하고 수도권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8명으로 구성되는 지도부에 경북 출신 풀뿌리 정치인 한 명쯤은 선택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서정혁
서울 정치부에서 국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