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 경영권 매각 무산] 동성로 활성화 기대했는데…되풀이되는 수난사 ‘앞이 안 보인다’

  • 윤정혜·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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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6 21:47  |  수정 2026-08-27 09:50  |  발행일 2026-08-26
동성로 대백 본점 공실 장기화
매각 무산에 상권활성화 찬물
부동산경기 침체 자산매각 지연
26일 시민들이 5년여 전 문을 닫은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앞을 지나고 있다. 한때 대구를 대표하던 향토백화점이었던 대구백화점은 본점 폐점 이후 본점 건물 매각을 추진했지만 협상이 잇따라 무산됐다. 최근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70억 원의 2차 중도금이 납입되지 않으면서 이날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주식매매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이현덕기자

26일 시민들이 5년여 전 문을 닫은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앞을 지나고 있다. 한때 대구를 대표하던 향토백화점이었던 대구백화점은 본점 폐점 이후 본점 건물 매각을 추진했지만 협상이 잇따라 무산됐다. 최근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70억 원의 2차 중도금이 납입되지 않으면서 이날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주식매매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이현덕기자

대구백화점(이하 대백) 경영권 매각 무산에 지역사회에서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가도 폭락한 가운데 대백 본점이 위치한 동성로 상인들은 기대하던 상권 활성화 무산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백화점 최대주주인 구정모 회장은 주식양수도 계약 해지 등에 따라 보유주식 관련 계약 내용을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구 회장의 전체 보유주식은 353만2천63주로, 지분율 32.64%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주식양수도 및 담보계약 등이 걸린 주요계약체결 주식은 기존 284만5천489주(26.29%)에서 180만주(16.63%)로 줄었다. 매각하기로 한 계약이 파기됐다는 의미다.


◆ 대백 본점 활용·동성로 활성화 '원점 회귀'


대구백화점 최대주주 변경이 무산되면서 경영권 매각뿐 아니라 대백 본점 활용 방안과 대백프라자 존속 여부도 함께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 탓에 이날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했다. 대백 주가는 3천630원에 마감됐다. 이날 오전 9시 4천15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10시10분 3천115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조금씩 반등하며 3천630원에 장을 마쳤다. 본점 등 활용 계획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하루 만에 17.7% 떨어진 것.


지역사회도 술렁였다. 당초 매수인인 세경인베스트 측은 계약 체결 후 일본 최대 잡화점 돈키호테 입점 등 글로벌 브랜드 및 대형 유통시설을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지역사회의 기대를 받기도 했다. 결국 이런 계획이 실체 없는 방안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번 매각 무산으로 확인되면서 동성로 활성화도 동시에 수렁에 빠졌다. 그간 동성로 상인들은 동성로 중심지에 놓인 대백 본점이 수년째 공실로 남은 탓에 상권 전체의 활기가 죽고 유동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준호 동성로상인회장은 "수년간 대백 매각 무산이 반복되다 보니 상인들 사이에서도 처음부터 이번 사안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던 것 같다"며 "다음에는 정말로 개발할 수 있는 업체·기관이 들어와 도심 브랜드와 동성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백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며, 직원들은 고용 불안과 향후 경영 방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대백프라자의 한 입점업체 직원은 "처음 매각 소식이 발표됐을 때는 놀랐지만 당장 매장을 철수하라는 말은 없어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만 버티자'는 생각이다. 결국 매각이 불발되면서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게 됐다"며 "사실 수년간 대백 매각 시도가 이뤄지면서 이미 매장을 정리할 분들은 정리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손님들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틸 뿐이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전경. 대백 경영권 매각이 결국 무산되면서 2021년 영업종료 후 공실로 남은 대백 본점의 활용방안도 불투명해졌다. 영남일보 DB. 그래픽=염정빈기자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전경. 대백 경영권 매각이 결국 무산되면서 2021년 영업종료 후 공실로 남은 대백 본점의 활용방안도 불투명해졌다. 영남일보 DB. 그래픽=염정빈기자

◆ 반복되는 '매각 수난사' 왜?


대백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향토백화점'으로 동성로 본점에 이어 대봉동 프라자점까지 대구에서 2개 백화점을 운영했다. 1993년 문을 연 대백프라자의 경우 개점 6년 만이던 1999년 지방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단일 점포 연매출 3천억원을 돌파했고, 당시 국내 백화점 매출 '톱10'에 포함될 정도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대백프라자는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면서 대구·경북의 명품시장을 선도했다.


대백 중심이던 대구 유통지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2010년 즈음부터다. 향토 백화점들이 쓰러지던 1997년 외환위기(IMF)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도 넘겼지만 대기업 유통기업의 자본 공세는 막아내지 못한 것.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이 자본력을 앞세우고 대구에 잇따라 들어오면서 2030 소비층을 중심으로 고객 이탈이 두드러졌다.


변곡점은 2016년 '초대형' 점포를 앞세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 이후 뚜렷해졌고, 이 시기 대백은 매출 하락과 적자폭이 커지며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적자가 누적되자 대백은 2021년 동성로 본점 영업을 종료한 뒤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대구지역 부동산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백 본점은 2022년 JHB홀딩스에 건물과 토지를 2천12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중도금 납입이 거듭 지연되면서 그해 11월 매매계약 해제로 자산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에도 대백 본점 건물에 호텔 및 시니어레지던스, 주상복합아파트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이 제시되며 매각 관련 여러 기업과 협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계약으로는 이르지 못했다.


급기야 대백은 2024년 본점과 동구 신천동 아울렛 및 동구 물류센터를 공개 매각으로 전환해 매수자를 찾았고, 이 과정에서 인수의향서 접수와 대구 현지 실사까지 마친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2천900억원이 넘는 부채규모와 지역 경기 침체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자산 매각이 아닌 '최대주주 변경'을 통한 지분 매각으로 구정모 회장 등이 가진 지분(약 233억원)을 매매하는 계약을 세경인베스트·아람코리아와 체결했으나, 이 역시 중도금 미지급으로 또다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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