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곰방대 조형물·박훈산 시비 감상
선암서원·운강고택·만화정 등 '고택 투어'
차박 성지 청도천 둔치, 청정 능선 따라 산행
밧줄·해먹 프로그램, 숲 해설 등 다양한 체험
같은 자리에 있어도 여름 숲과 가을 숲은 여행객에게 다른 표정을 건넨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여름 숲은 피톤치드를 가장 왕성하게 내뿜어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반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잎이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 숲은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내려놓게 한다.
그렇다면 계절이 변화하는 그 사이, 그 간극에는 어떤 표정들이 숨어 있을까. 동창천 아름다운 물길과 영남알프스의 숲길이 함께 펼쳐진 청도에서라면 계절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을 듯하다. '청도 1박2일 여행 시리즈'의 마지막 종착지는 청도의 물길과 숲길이다.
청도 금천면 신지생태공원에 있는 곰방대 조형물은 원래 벽돌 공장의 굴뚝이었다. 공장의 굴뚝을 원형 그대로 보수해 만든 36m의 곰방대 조형물은 세계 최대 규모로 신지생태공원의 인기 상징물이 됐다.
◆1일 차 - 추억과 자연의 조화 '신지생태공원'
청도군 금천면 신지리. 동곡천과 동창천이 만나는 지역으로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이곳의 자연을 눈여겨봤던 조선 중기 유학자 박하담(朴河淡)이 별서를 짓고 살았으며, 그의 후손들이 정착하면서 밀양 박씨 집성촌이 됐다는 섶마리 한옥마을과 신지생태공원이 마주하고 있다. 공원 길로 들어서면 거대한 굴뚝을 만나는데, 자세히 보니 전통 담뱃대인 '곰방대'다. 이곳은 원래 벽돌 공장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공장이 문을 닫은 후 청도군이 1만3천600㎡ 규모의 공원을 조성했다. 공장의 굴뚝을 원형 그대로 보수해 만든 36m의 곰방대 조형물은 세계 최대 규모로 신지생태공원의 인기 상징물이 됐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청도 신지리 출신 시인 박훈산의 시비도 만날 수 있다. 대표작인 '보리고개'가 새겨져 있다. 굴뚝은 산업의 시간을, 시비는 문학의 시간을, 강물은 자연의 시간을 들려주니, 신지생태공원은 단순한 휴식의 공간이라기보다 지역의 시간을 편집해 놓은 야외 아카이브에 가까웠다. 청도군 홈페이지로 사전 예약을 하면 문화해설사를 통해 이 일대의 역사·문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청도 금천면 신지리 출신 시인 박훈산의 대표작인 '보리고개'가 청도 금천면 신지생태공원 시비에 새겨져 있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박하담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청도 금천면의 운강고택. 운강고택은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청도 금천면 운강고택 사랑채(왼쪽)와 중문채 사이의 벽.
◆동창천을 품은 물길, 숲길, 고택 길
신지생태공원 산책은 '청도 신화랑 에코 트레일'로 연결된다. 화랑정신을 연계한 길로 경북 청도군 운문면의 청도 신화랑 풍류마을에서 청도읍 오누이 공원까지 동창천을 따라 걷는 총 39.2㎞의 트레킹 코스다. 총 4개 코스 중 1코스 역사문화탐방로는 청도 신화랑 풍류마을→운문교→임당교→임호서원→숲새들 보→뚝 뫼→고택→신지 생태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인 선암서원을 만난다. 김대유와 박하담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본래 다른 자리에 있다가 1577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조금 더 걸으면 밀양 박씨 가문이 대를 이어 살아온 운강고택과 그 별당인 만화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외에도 도일고택, 명중고택, 운남고택 등 다양한 고택들이 인근에 있어 '고택 투어'만으로도 여행을 꾸밀 수 있다. 고택의 고즈넉함을 엿보고, 동창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 순간, 발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오늘 걸어온 모든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어준다.
청도 금천면 운강고택에 딸린 별당 만화정은 동창천 옆에 있다.
청도 금천면 선암서원.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인 선암서원은 김대유와 박하담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본래 다른 자리에 있다가 1577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청도천 둔치, 별빛 아래 하룻밤
해가 저물면 화양읍 고평교에서 청도교까지 이어지는 청도천 둔치로 향한다. 4㎞에 걸친 이 둔치는 대구 수성IC에서 20분, 청도IC에서는 5분이면 닿는 접근성 덕분에 주말마다 가족 단위 캠퍼들의 '차박 성지'로 통한다. 별도의 이용료가 없어 부담 없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좀 더 갖춰진 캠핑을 원한다면 차로 10분 거리의 청도군 자전거공원 캠핑장의 유료 데크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 밤의 정적을 깨는 조용한 물소리는 다음 날 만날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운 서곡인 듯하다.
◆2일 차 - 영남알프스가 품은 청정 능선
여행의 5부 능선, 둘째 날은 금천면 대비사에서 시작한다. 청도는 경상도 7개 시군과 인접한 영남알프스의 발원지이다. 이곳 주차장을 들머리 삼아 청도군이 조성한 '영남알프스 생태탐방로'가 뻗어 있다.
대비사에서 명태재를 지나 서래봉과 삼지봉을 거쳐 범봉(962.1m)에 오르고, 팔풍재와 대비골을 지나 다시 대비사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 코스로, 전체 거리 약 12㎞의 본격 산행이다. 이 능선이 품은 가치는 특별하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운문산 생태·경관 보전지역은 2010년 지정된 26.395㎢의 청정 지대로 다양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살아간다. 사람의 발길이 오래 제한됐던 덕분에 지켜진 풍경인 셈이다.
산행 초입의 대비 저수지에는 용으로 승천하지 못한 슬픈 이무기의 전설도 서려 있다. 전 구간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대비사에서 명태재를 지나 첫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약 두 시간 코스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름다운 운문산 자락의 조망을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청도 운문산자연휴양림 옆에 자리한 산림청 산하 국가 산림교육센터 국립청도숲체원. 예약을 하면 공예, 밧줄과 해먹 프로그램, 숲 해설 등의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국립청도숲체원 마음누리숲 무장애 나눔길. 천천히 걸으며 숲속의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숲에서 나를 채우다 '국립청도숲체원'
산행을 마쳤다면 차로 20분 안팎, 운문면 신원리의 국립청도숲체원으로 이동한다. 운문산자연휴양림 바로 옆에 자리한 이곳은 산림청 산하 국가 산림교육센터로, 숲과 생태를 좀 더 여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
예약하면 공예, 숲에서 직접 해먹을 설치해 자연 속 휴식을 즐기는 밧줄과 해먹 프로그램, 숲 해설 등의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무장애 나눔길이 마련돼 있어 천천히 걸으며 숲속의 휴식을 누릴 수 있다. 면역력과 심리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틀간 부지런히 걸은 몸과 마음을 이곳에서 천천히 풀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틀 동안 옛 마을의 흔적과 맑은 물길, 청정한 숲을 차례로 지나왔다. 사람이 다녀간 자리마다 자연은 조용히 새 풍경을 빚어냈고, 그 풍경은 다시 우리에게 쉼과 이야기를 내주었다. 서두르지 않고 걷고, 머무르고, 잠드는 하루하루.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싶다면, 그 대답은 이미 청도에 있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청도군청>
이지용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사진 전문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울릉도 최대 부속섬 죽도… 하늘에서 만난 푸른 비경](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8/news-m.v1.20260819.9d8fa288f98b4a408ebc92591994eca4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