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영씨가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이명주 시민기자
2016년 조남주 작가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으로 30대 여성의 삶을 그렸다. 2026년, 50대 중년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지영 씨의 삶은 어떨까 궁금했다. 최근 대구 토박이, 70년생 지영 씨를 만났다.
"내년 퇴직을 앞둔 남편과 27살, 25살 두 아들을 둔 유지영입니다. 시부모님과 20년간 함께 살다가 분가해 오롯이 우리 가족끼리 산 지 6년 차입니다."
요즘 지영(56)씨는 간호조무사 실습을 하며 내년 3월 국가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대부터 25년간 피아노를 가르쳤지만 오래 하다 보니 지치고 말았다. "쉰에 딱 그만뒀죠."
그 나이가 되면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막상 쉬어보니 건강한데 취미생활만 하기에는 무료했다. 나이 든 신입이라는 걱정도 있지만, 실습해보니 맡은 역할에 집중하는 일이 자신에게 맞았다.
남편은 내년 1월 퇴직한다. 퇴직 이후를 의논하며 지영씨에게 일을 제안했다. "저도 일을 해봤기 때문에 매일 출근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알아요."
한 직장에서 30년 넘게 일한 남편의 쉬고 싶은 마음을 이해했다. 무엇보다 자신도 일하고 싶었다. 남편은 퇴직하면 살림을 맡겠다고 했다. 합가 시절에는 "이 많은 여자들을 놔두고 너까지 부엌에 안 들어와도 된다"는 어른의 말에 눈치를 보던 사람이었다. 지영씨는 분가하고 남편이 회사의 젊은 동료들이 요리와 청소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도 유연해진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는 저도 주인이고, 남편도 주인이고, 아이들도 주인이죠."
예전에는 부모님께 허락을 구했다면 이제는 부부가 결정한다. 혼자 결정하는 영역도 생겼다. "제가 저로서 존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좋아요."
두 아들은 각자의 진로를 찾으며 용돈을 스스로 해결한다. 자기 일은 책임지라고 키웠지만, 큰아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처럼 키워졌다고 서운함을 털어놓았다. 지영 씨도 그때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랐다. 친절하지 못해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생각에 성인이 된 아들과 서운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미안하다는 말도 건넸다. 지금은 서로를 성인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이라고 했다.
아이를 잘 키워보자고 시작한 동네 주부들의 공부 모임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 중년이 된 엄마들은 자식과 남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생각한다. 여전히 도전하는 중년의 친구들 곁에서 지영 씨도 '하면 되겠구나' 하는 힘을 얻는다.
지영 씨는 앞으로 웃을 일을 더 찾고 싶다. 싸워야 할 때는 싸우고, 남의 인정에 앞서 자신을 칭찬하면서. "대견하다. 나 그래도 이만큼 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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