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군 A 미곡처리장 창고 내부에 대형 곡물 포대와 포장된 쌀 제품이 보관돼 있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한 해 농사지은 벼를 미곡처리장에 넘기고도 수매대금을 받지 못한 대구 달성군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농가당 미지급액이 수천만원에 달한다. 경남 창녕군 등 인근 지역까지 합치면 전체 피해액이 1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현재 해당 업체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대금 회수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달성 농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달성군 논공읍 등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지난달 창녕군에 있는 A 미곡처리장(영농조합법인)에 벼를 판매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록 대금을 받지 못했다.
논공읍에서 40년가량 벼농사를 지어온 B씨는 지난달 3일 벼를 판매한 뒤 같은 달 23일까지 대금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B씨는 "약속한 날짜에 돈이 들어오지 않아 전화하니 11월 초에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지난 1일 다시 연락하자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부도가 났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공장을 찾아갔다"고 했다.
실제 현장을 갔지만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사무실도 텅 비어 있었다. 30분가량 기다리자 비슷한 처지의 농민 10여 명이 모여들었다. B씨는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의 안내에 따라 피해자들은 지난 2일 창녕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씨는 지난 3일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B씨가 파악한 주변 농가의 미지급액은 각각 1천300만원, 1천500만원, 4천만원 등이다. 최대 5천600만원을 받지 못한 농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녕 지역에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들이 나오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 날 공장에 다시 갔더니 창녕 농민 10명가량이 있었다"며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수매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경남 창녕군 A 미곡처리장 창고에 대형 포대에 담긴 곡물이 쌓여 있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문제의 미곡처리장은 달성 농민들과 오랫동안 거래한 곳이다. B씨도 5년 전부터 이곳에 벼를 판매했다. 인근 업체보다 벼 품질 등급을 상대적으로 후하게 매겨줘서다. 다만 대금 지급은 다른 곳보다 늦었다고 했다. B씨는 "다른 미곡처리장은 보통 3~7일이면 돈을 주는데 이곳은 15~20일을 기다려야 했다"며 "그간 거래해 온 곳이어서 믿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했다.
취재 결과, A 미곡처리장은 최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남일보가 확보한 부산회생법원 제2부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2일 A 미곡처리장에 대해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과 가압류, 가처분, 담보권 실행을 위한 각종 경매절차 등을 금지한다는 결정이었다.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업체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데도 제약이 생긴 것이다.
농민들은 업체에 남아 있는 벼와 가공된 쌀의 처리 문제도 걱정했다. B씨는 "공장 안에 벼와 가공된 쌀이 그대로 있었다. 우리가 넘긴 벼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돈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당최 알 길이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수매대금이 묶이면서 농민들의 영농비 부담도 커졌다. 비료와 농약, 농기계 운영비, 인건비 등을 이미 지출한 상황에서 다음 농사 준비까지 적잖은 차질이 우려된다.
한편 영남일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A 미곡처리장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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