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주와 인류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는 138억 년이라는 아득한 시공간 속에서 찰나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를 돌아보고, 숱한 우연이 맞물려 탄생한 현생인류가 맞닥뜨린 선택과 책임이라는 필연의 문제를 성찰한 빅히스토리 교양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주와 인류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
우주와 인류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김희석 지음/태학사/480쪽
138억 년, 우주의 시작이라는 한 점의 폭발에서부터 오늘날까지의 시간이다. 빅뱅이라 불리는 대폭발로 인한 우주 탄생부터 현재까지 이 실감하기 어려운 아득한 시간을 1년짜리 달력으로 축소해 보면 우주가 탄생한 순간은 1월1일이고 우리은하는 6월, 지구는 9월에 탄생했다. 포유류는 12월26일에 등장했으며 인류의 직립보행은 12월31일 밤 9시쯤에 시작되고 농업혁명은 12월31일 밤 11시59분36초에 일어난다. 기록으로 남은 인류의 역사는 마지막 1분에 모두 담기는 셈이다. 우리가 이룩한 문명의 전부가 우주의 시계에서는 겨우 찰나에 불과하다는 이 직관적인 사실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한없이 겸허하게 만든다.
신간 '우주와 인류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는 이처럼 광활한 우주 캘린더의 한 지점에 서서 '우리는 어떻게 이곳에 도달했는가'를 추적하는 빅히스토리 교양서다. 빅뱅의 폭발에서 시작해 공간 속 물질들이 점점 모이면서 생겨난 별과 은하, 무수히 많은 은하들 중 하나인 우리은하의 한 변방에서 형성된 태양계와 지구, 그리고 지구에서 태어난 수많은 생명과 현생인류에 이르기까지 138억 년의 거대한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
이 방대한 스케일의 책을 쓴 저자는 과학자나 교수가 아닌,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혁신성장본부장으로 일하는 현직 공무원이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의 기원과 최초의 인간이 궁금했던 저자는 팬데믹 초기의 격리 생활을 계기로 집필을 시작해 6년여 동안 시간을 쪼개어 읽고 쓰며 원고를 완성했다. 비전공자의 눈높이에서 출발했기에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면서도, 깊이 있는 공부와 사유를 바탕으로 과학적 전문성과 밀도도 놓치지 않았다.
책은 우주, 지구, 생명, 인류라는 네 갈래 틀을 따라 흐른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쥬라기공원',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 등 익숙한 대중문화와 예술 작품 속 장면을 마중물 삼아 어려운 과학 이론을 친숙하게 풀어낸다.
책을 관통하는 가장 눈길을 끄는 화두는 '우연에서 필연으로의 전환'이다. 지구가 생명의 터전이 되고 인간이 등장하기까지의 과정은 숱한 우연의 연속이었다. 인간은 예정된 주인공이 아니라 다른 생명과 뿌리를 공유하는 하나의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AI 혁명과 유전공학으로 문명의 거대한 힘을 거머쥔 오늘날의 인류는 우주를 움직이던 '우연'이라는 원리를 스스로의 의지로 좌우하려는 '필연'의 기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책은 우주급의 선한 행운이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인류를 맞아줬지만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필연을 어떻게 선하게 가꿔 갈지는 결국 인간의 선택과 책임이라는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거대한 몸집을 뒤로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공룡도 우주 앞에서는 하나의 먼지 조각보다 작았다. 광활한 우주 공간과 장구한 시간 앞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제 우리는 어딘지도 모르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종착지를 향해서 무작정 달려가기만 하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미래를 위한 바람직하고도 분명한 의도를 가져야 하고, 정확하고도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뚜렷한 방향 없이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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