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사 전경. 대구시 제공
취임 후 처음으로 내년도 대구시 본예산을 편성한 추경호<사진> 대구시장이 '민생 회복'과 '미래산업 육성'에 승부수를 던졌다.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1조원 가까이 늘리고, 소상공인·청년 지원과 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 강화에 재원을 집중 편성한 것이다. 다만 국비 매칭사업과 복지비 등 법정 의무경비가 급증하면서 재정 운용의 여력은 빠듯한 상황이다. 치밀한 전략적 살림살이가 요구된다. 대구시는 5일 12조7천51억원 규모로 편성한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금년도 본예산보다 9천973억원(8.5%) 증가했다. 민생 안정, 미래 성장, 시민 안전을 3대 투자 방향으로 정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회복지·보건 분야로 6조5천463억원이다. 전체 예산의 51.5%로, 대구시 본예산에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세부적으론 생계·의료·주거급여에 2조851억원,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급여비에 1조6천733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지역경제 회복에도 무게를 실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2천425억원을 편성하고, 경영안정자금 융자 규모는 1조5천억원으로 확대했다. 전통시장·골목상권 소비 활성화에는 100억원을 투입한다.
미래산업 분야에는 2천27억원을 배정했다. 올해보다 437억원 늘었다. 제조업의 AI 전환, 로봇·2차전지 산업 육성, 2천억원 규모의 혁신성장 벤처펀드 조성 등을 추진한다. 청년·인재 육성에는 7천152억원을 투입한다. 취업과 창업을 연계한 'Next Move' 사업에 6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대구형 D-패스엔 128억원을 배정해 대중교통비 부담을 낮춘다. 재난 대응과 생활안전에는 9천702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재정 부담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국비 매칭사업비와 법정 의무경비가 9천353억원가량 늘면서 자체 재량사업비 증가액은 620억원에 그친 것. 대구시는 지방채 1천680억원을 신규 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채무비율은 20.7%로 예상된다. 추 시장은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도 시민의 삶을 보살피고 대구의 미래를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예산 1조 늘었지만…자체 재량사업비 증가는 고작 620억
대구시가 5일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 인포그래픽.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9천973억원(8.5%) 증가한 12조7천51억원으로 편성됐다. 대구시 제공
추경호 대구시장의 첫 시정 살림살이 본예산은 한정된 재원을 핵심 사업에 집중한 '선택과 집중'의 성격이 짙다. 전체 예산은 1조원 가까이 늘었지만, 정부 지원사업에 따른 시비 부담과 법정 의무지출이 증가하면서 실제 재정 운용 폭은 크지 않아서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추 시장이 시정 무게를 민생 회복과 미래산업 육성에 두면서도 지방채 발행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정 운용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5일 대구시가 발표한 2027년도 시정 예산편성안의 특징은 지출 구조에서 확인된다. 국비 매칭사업비가 올해보다 7천336억원, 법정·의무경비는 2천17억원 각각 늘었다. 두 항목의 증가액만 9천353억원에 달한다. 반면 자체 재량사업비 증가액은 620억원에 그쳤다. 정부 정책에 따라 지출해야 할 재원이 크게 늘면서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설계·추진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세입 기반도 취약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득세 수입이 줄면서 지방세 전체 증가액은 400억원에 머물렀다. 복지와 돌봄 등 필수 지출은 해마다 느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자체 수입은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는 구조다. 특히 국비 지원사업이 확대될수록 지방비 부담도 함께 늘어나 다른 사업에 활용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대구시는 이런 상황에서 사업별 시급성과 집행 가능성을 따져 투자 시기를 조정했다. 당장 추진이 필요한 사업엔 재원을 배분하고, 일정 조정이 가능한 사업은 후순위로 돌리는 방식이다. 예산의 외형적 확대보다 실제 집행 가능성과 재정 부담을 고려한 편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재원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신규 지방채 발행 규모는 1천68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에 반영한 2천억원보다 320억원 줄었다. 다만 채무비율은 올해 본예산 기준 20.4%에서 내년엔 20.7%로 0.3%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신규 차입 규모를 줄였지만 기존 채무와 추가 재정 수요를 고려하면 부채 관리에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채무비율(2025년 결산 기준)은 17.3%였다. 올해 본예산과 내년도 예산안에선 모두 20%를 웃돌았다. 시는 과거 채무비율이 25%를 넘은 적도 있다. 현재 수준이 과거 최고치에는 못 미치지만 다른 시·도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대구시 오준혁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가피한 부분만 지방채에 반영했고, 채무비율이 더 올라가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대구시 제공
공유재산 매각도 재원 조달의 한 축이지만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서둘러 처분하면 적정한 가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과 연계된 공유재산 매각을 계획대로 추진하되, 시장 상황에 따른 처분 시기는 신중하게 판단할 방침이다.
정부의 지방재정 제도 개편은 변수다. 대구시는 미래대응기금 도입과 관련, 현행 법령에 따른 지방교부세 배분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시·도와 공동으로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지만 법률 개정과 예산 심의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 추가 재원은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향후 제도 개편 결과에 따라 지방재정에 유입되는 재원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에 본예산에 담지 못한 사업비도 적지 않다. 미반영 규모는 8천952억원이다. 대구시는 사업 일정과 재정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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