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드라마 뿌리깊은나무 원작자 이정명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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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1-12-02  |  발행일 2011-12-02 제면
“훈민정음에 관한 소설적 발상은 대학 2학년때
‘바람의 화원’ 여자 신윤복 발상은 초등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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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명 작가(필명)= 1965년 대구 출생. 경복중·영신고와 경북대 국문과(83학번)를 졸업했다.

90년 여성월간지 ‘여원’ 기자로 사회에 첫발. ‘일요신문’, 경향신문 문화부, 여성지 ‘쉬즈’, 여성 패션잡지 ‘유행통신’(편집장 역임) 등 다양한 매체를 거치며 15년 정도 기자생활을 했다.

기자생활 4~5년이 지난, 서른 즈음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99년작 ‘천년 후에’(97년 8월 서른세살 때 회사를 그만두고 완성한 작품).

이어 ‘해바라기’(2001년), ‘마지막 소풍’(2002년) 등을 썼고, 2003년 전업작가로 전향한다.

그를 인기소설가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은 ‘뿌리 깊은 나무’(2006년)와 ‘바람의 화원’(2007년). 세종대왕 시절 한글창제를 놓고 벌어진 집현전 학사 살인사건을 다룬 ‘뿌리깊은 나무’는 70만부, 신윤복을 여성으로 설정해 이슈를 만들었던 ‘바람의 화원’은 50만부 가량 판매. 이 두 소설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더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세종·신윤복 등 인물 관심많아
한글엔 해부학 지식 담겨 흥미
기자경험, 소설적 思考 키워줘
드라마 작가 각색 실력 놀라워
원작자보다 더 많은 것 창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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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방영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소설 '뿌리깊은 나무'의 원작자 이정명씨. '바람의 화원'과 '뿌리깊은 나무'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한국형 팩션'의 스타작가로 자리매김한한 이 작가는 "한번도 작가를 꿈꾼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검은 폴라티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은 올블랙 패션의 남자가 인사를 건넸다.

갈색 뿔테안경을 썼으며, 한 손에는 책을 한권 들고 있었다. 세련되고 패셔너블한 모습이었으며, 예상했던 것보다 체격은 왜소했다.

최근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설 ‘뿌리깊은 나무’의 원작자인 이정명 작가(46)는 인터뷰를 위해 기꺼이 대구에 내려왔다. 지난달 18일 오후 영남일보 편집국에서 그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패션지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인지 멋쟁이같다’고 말문을 열었더니 그는 “인터뷰 오는데 그래도 신경써서 양복을 입고 왔다. 양복은 이게 단벌”이라고 대답했다.

‘바람의 화원’과 ‘뿌리깊은 나무’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스타작가 반열에 오른 이 작가에 대해 사실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인터뷰 요청을 자주 거절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인터뷰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한번 나서게 되면 작업하는 데도 영향이 있을 것 같고…. 아직은 나설 마음의 준비가 안돼 있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고향에서 요청 해오면 거절을 못하겠더라”는 말을 포개얹었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했다. 그때도 그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이리저리 포즈를 잘 취했다. ‘인터뷰 요청을 자주 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면이 있다니 뜻밖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말미에 슬쩍 이유를 물었더니 “약속시간보다 늦게 와서 죄송해서 어쩌나 그랬는데…. ‘사진 찍으러 갑시다’하니까 열심히 했다”고 웃음을 지었다(서울의 교통체증으로 KTX를 놓치는 바람에 약속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는다고 통보를 해왔다).

역사 이야기꾼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꾼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글쓰기 공부를 한 적도, 필사를 해본 적도 없단다.

◆ 다양한 매체서 10년 기자생활

- 작가를 꿈꾼 건 아니라고 했는데, 대학시절이나 그전부터 희망했던 직업은 무엇이었습니까.

“장사를 해보고 싶었어요. 영업. 당시 국문과 졸업생(이 작가는 경북대 국문과 83학번)은 교직을 하지 않으면 일반 기업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반면에 세일즈는 자기가 의욕이 있으면 부닥쳐볼 여지가 많았으니까요. 교직은 안정된 직업이지만 모험적인 걸 좋아하는 제게는 별로 맞지 않았어요.”

- 그럼 기자는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우연이었죠. 친구가 원서를 쓰는데 저도 같이 가게 된 거예요. 그 친구는 안되고 저만 합격했어요. 후에 그 친구는 대기업에 들어갔고요. 기자는 저와 잘 맞는 직업이었어요.”

- 매체를 창간하는 일에 합류하는 등 여러 잡지사·신문사를 옮겨 다니며 기자생활을 했는데, 매체를 여러 차례 바꾼 이유는.

“그 전까지 하던 일과는 다른 스타일의 업무에 대한 의욕과 호기심이었어요. 없는 걸 만드는 일이나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는 기회가 주어지면 도전했어요. 하지만 절대 경쟁지로 옮기지는 않았어요. 연봉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고요.”

- 서른 즈음에 ‘뭔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른을 한달 앞둔 스물아홉살 겨울, 야근 후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가고 있었어요. 근처에 정동교회가 있거든요. 종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던 것 같아요. 그때 여러가지 생각을 했죠. 서른세살에 죽은 예수는 2천년이 넘도록 수많은 이들이 기리는데, 나는 서른세살이 됐을 때 그냥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에 치여 살지 않을까, 서른세살이 되기 전에 뭔가를 하고 싶다, 뭘 해야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 끝에 다다른 결론은 ‘마라톤 풀코스를 뛸 체력을 만들고 내 글을 쓰자’였어요. 기자 생활을 몇년 하다보니 ‘막연하게 언젠가는 나의 글을,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 자신을 위한 것이든, 내 주변사람에게라도 읽히기 위한 글이든…. ‘내 책을 한권쯤은 쓰고 싶다’는 생각은 모든 기자들이 갖는 것 아닐까요. 아무튼 내 글을 쓰고 싶다해서 쓰다보니 작가가 된 거예요. 작가가 되겠다고 글을 쓴 것과는 의미가 다르죠.”

- 그런데 그 글의 장르가 왜 소설이 됐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역사소설이든 역사드라마든
허구를 전제로 작업하는 것…
왜곡이라고 볼 필요는 없을듯
차기작도 ‘검열’ 다룬 역사물
고향 대구에 작업실 둘 생각


◆ 역사에 대한 관심?

-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 역사와 관련된 소설이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인 것으로 느껴집니다.

“특별히 역사에 관심이 있지는 않아요. 기자생활을 하면서 갖게된 생각하는 습관이 영향을 줬다고 봐요. 기자는 어떤 사건이나 기사를 볼 때 그 이면을 생각하는 훈련을 하잖아요. 한줄의 기록이나 표면적 사건에서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당시 어떤 상황이었을까’ 등 그 일의 이면 상황을 생각하게 됐어요. 직업적인 사고의 틀이랄까요. 그게 영향을 준 거죠.”

- 신윤복·세종 등이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걸 보면 조선에 대해 관심이 많나보다 싶기도 했습니다만.

“조선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냥 신윤복과 세종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죠.”

- 추후에 소설로 꼭 다뤄보고 싶은 인물도 마음 속에 있겠지요.

“모든 인물은 다 흥미가 있어요. 꼭 역사적 인물이 아니더라도…. 수백명이 머리 속에 있죠. 머리 속에 있다고 다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작품이 된다고 해서 다 발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 현재도 발표하지 않고 혼자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 꽤 있다는 말씀이네요.

“예. 발표할 정도는 아니고…. 퇴고를 거쳐야겠죠.”

- 자신있는 작품만 발표하나요.

“그런 건 아닌데 퇴고 과정을 오래 거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으로 인기스타 반열에

-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은 집필하는 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렸습니까.

“‘바람의 화원’에 대한 발상은 초등학교 때예요. ‘아리랑’ 담배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갔는데 그 담뱃갑의 그림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어요. 노란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두른 여자 그림이었거든요.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당연히 여자겠지’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때 그 화가가 남자라는 걸 알았죠. 10년 가까이 잠재의식 속에 여자가 그렸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독자들이 ‘바람의 화원’을 읽고 신윤복이 여자라는 데 대해 당황해 했던 그 충격을 저는 고등학교 때 받았던 거죠. 그 다음부터 신윤복에게 관심을 갖고 당대의 그림, 책, 자료를 꾸준히 봤어요. ‘뿌리깊은 나무’의 발상은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한 학기동안 강독하는 수업을 들었어요. 한글 속에 해부학적인 지식, 논리적인 체계, 음양오행 등이 다 녹아있다는 걸 알고 흥미로웠죠.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을까.’ 신윤복과 같은 관심을 세종에게도 갖게 된거죠. 가랑잎이 부엽토가 되듯 조각지식이 쌓이다보니 ‘이걸 내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 ‘뿌리깊은 나무’는 책과 드라마에서 세종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게 그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원작에서의 세종은 전형적인 왕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인데 반해, 드라마에서는 욕 3종 세트, 개그적 요소, 일 중독 등 기존 왕과는 다른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원작자로서의 생각은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원작과 달라서 드라마가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각색하는 드라마 작가들이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 이상으로 캐릭터를 강화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해 이야기를 화려하게 만들었어요. 스토리가 풍성해지고 메시지도 강해지고 전달력도 좋아졌다고 봐요. 드라마 제작진이 고맙죠.”

- ‘바람의 화원’에 이어, ‘뿌리깊은 나무’도 드라마로 제작됐습니다.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 심경이 어땠나요.

“‘바람의 화원’과 ‘뿌리깊은 나무’의 연출자가 같아요. 장태유 감독이 처음에 ‘바람의 화원’을 드라마로 만든다고 했을 때 그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100% 신뢰감을 가졌어요. 두번째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로또까지는 아니지만 행운이라 여겼죠. 훌륭한 감독과 두편의 작품이나 인연을 맺게 된 건 저에게도, 제 작품에도 축복이 아닌가 싶어요.”

- 역사 드라마가 너무 사실을 왜곡하고 허구를 가미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역사 드라마의 교육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지 않는가 싶은데요.

“역사를 매개로 한 상상력을 왜곡이라고 볼 것이 아니고 역사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진입로라고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확실한 근거가 없이 제가 신윤복이 여자라는 논문을 쓰거나 신문기사를 썼다면 왜곡 논란이 일겠죠. 그런데 저는 허구라는 걸 전제로 한 소설을 쓴 거예요. 소설을 소설로 받아들여주는 게 어떤가, 소설로서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노무현 정권 말기 2007년에 ‘이산’(MBC) ‘한성별곡’(KBS) ‘정조암살미스테리’(채널 CGV) 등 정조가 집중조명됐습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왜 세종이 조명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명박 정권 말기, 세종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떤 정치 지도자를 원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요.

“글쎄요. 왜 세종이 조명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지도자에 관해서는 위대한 지도자를 우리가 뽑을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지도자든지 그 사람을 훌륭한 지도자로 만드는가, 실패한 지도자로 만드는가는 국민에게 달려있다고 봐요. 완벽한 지도자를 뽑아서 그 사람이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가서 태평성대를 만들겠다고 하는 건 착각이라고 여기죠. 지도자는 뽑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전업작가로 전향

- 전업작가로 전향 후 그 전과 삶이 달라지지는 않았나요.

“저는 직장생활할 때와 마찬가지예요. 오전 9시부터 직장생활하던 패턴대로 생활해요. 기사쓰는 대신에 내 글을 쓴다는 게 달라진 거죠. (그는 전업작가로 전향하게 된 것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시간의 문제 때문이었다고 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주로 밤 시간에 1~2시간씩 썼어요. 그러다보니 분절되는 장면이 많았어요. 회사 다니면서 내 글을 쓸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원했던 터라 그게 주어진 상황에서는 더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 차기작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내년 중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가 없어요.”

- 역시 역사와 관련된 소설인가요.

“역사 소설이고요. 현재 퇴고 작업 중인데 검열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까지만 밝히겠습니다.”

- 역사소설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역사 외에 다른 주제로 소설을 쓸 생각은 없나요.

“사실 ‘악의 축’(2009년)은 심리 스릴러이고 ‘천년후에’(1999년)와 ‘ 해바라기’(2001년)는 멜로물이에요. 알려진 게 역사소설이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 소소한 궁금증 그리고 꿈

- 인기작가 반열에 오르면서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 느꼈을 때도 있었겠지요.

“지금도 제가 글쓰는 걸 주변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필명을 쓰고 책에도 사진이 안 나가요. ‘뿌리깊은 나무’가 출간되고 몇년 뒤에 전화해온 지인도 있었어요. 저는 일상인으로 살아요. 실제로 제게 변화가 있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이대로 살고 싶어요. 원하는 글을 쓰고 제 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생활인으로요.”

- 글이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합니까.

“안되면 그날은 공치는 거죠. 안되는 거에 대해 스트레스 받으면 그날 뿐 아니라 그 다음날을 망치고 그 주를 망치더라고요. 그에 연연할 게 아니라 컨디션을 조절하고 체력을 비축해야 돼요. 글이 안 풀리면 운동하러 가요. 뛰고 웨이트도 하고 테니스도 치고…. 몸을 혹사시키는 게 제 개인적으로는 정신을 맑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지방에 작업실을 갖는 작가들도 꽤 있잖아요. 대구 출신인데 대구에 작업실을 가질 계획은 없나요.

“가능하면 가까운 시간 안에 대구나 대구 근교에 작업실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어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요.”

-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하루하루 글을 쓰는 게 꿈입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화제의 드라마 뿌리깊은나무 원작자 이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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