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정말 귀여운데…엄마가 기겁했죠…집에서 키운다고 쫓겨났어요”

  • 박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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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1-04   |  발행일 2013-01-04 제36면   |  수정 2013-01-04
■ 대경대 동물조련이벤트과 학생들의 못 말리는 뱀사랑
“색·무늬 예뻐…컨디션 나쁘면 소리도 내요”
교내서 외국산 애완용 20마리와 동고동락
“토종 구렁이 기를 수 있게 인공번식 지원을”
“뱀…정말 귀여운데…엄마가 기겁했죠…집에서 키운다고 쫓겨났어요”
대경대 동물조련이벤트과 은지현·박주성·안지수씨(왼쪽부터)가 20.6㎏의 대형 애완뱀 알비노버미즈 파이톤을 들어보이고 있다.
“뱀…정말 귀여운데…엄마가 기겁했죠…집에서 키운다고 쫓겨났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산 킹스네이크. 10만원대로 가장 많이 키우는 애완뱀 중 하나다.
“뱀…정말 귀여운데…엄마가 기겁했죠…집에서 키운다고 쫓겨났어요”
겁을 먹거나 경계를 할 땐 몸통을 공처럼 부풀게 하는 볼 파이톤.
“뱀…정말 귀여운데…엄마가 기겁했죠…집에서 키운다고 쫓겨났어요”
동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보아뱀.

“뱀은 조용하고 깨끗한 데다 냄새가 나지 않으며 털도 없어 애완용으로 키우기에 딱 좋습니다.”

대경대 동물조련이벤트과 이운강씨(2학년)는 뱀 예찬론자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집에서 뱀을 길렀다.

“뭔가 색다르고 신기한 걸 좋아하거든요. 뱀을 처음 본 순간 무섭다기보다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처음엔 부모님께서 기겁을 했습니다. 뱀을 키운다고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어요.”

이씨는 뱀이 결코 혐오스러운 동물이 아니라고 한다.

“생태계의 한 축이잖아요. 사람에도 귀천이 없듯 동물도 평등합니다. 편견을 갖고 동물을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세히 보면 뱀의 색깔과 무늬가 얼마나 예쁘다고요. 또 한여름에 뱀을 목에 감고 있으면 시원하답니다. 가끔 리빙박스에서 꺼내 일광욕도 시켜주지요.” 뱀 예찬이 끝이 없다.

그녀 말고도 대경대 동물조련이벤트과에는 160여명의 학생이 개, 고양이 등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 애완동물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파충류사에는 20마리의 뱀을 비롯해 도마뱀, 거북 등 총 27종 49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이곳의 뱀은 모두 독이 없는 애완뱀이다. 볼 파이톤, 타이거레틱 파이톤, 알비노레틱 파이톤, 알비노버미즈 파이톤, 보아, 킹스네이크 등 모두 생소한 이름의 외국산 뱀이다. 가격은 10만~200만원이다. 이 중에는 지난해 여름 학교 뒷산에서 채집한 토종 누룩뱀 새끼도 있다.

보아뱀 암수는 유리상자 속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어 신문지로 가리어놓았다. 이 중 3년 된 수컷은 안지수씨(1학년)의 것이다.

“어린왕자에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집에서 키운 지는 6개월쯤 되는데 마침 학교에 5년 된 암컷이 있어 합방을 시켰죠. 보아뱀은 살모사처럼 난태생이라 뱃속에서 알을 부화해 새끼를 낳는답니다. 임신 기간은 120일 정도 돼요. 짝짓기를 할 때면 수컷이 암컷의 꼬리를 감고 ‘V’자형의 생식기를 암컷의 총배설강에 집어넣어요. 이때 암컷이 꼬리를 살짝 든답니다.”

그녀 역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뱀을 기르고 있다.

“먹이는 골든햄스터 같은 설치류를 줍니다. 보통 1주일에 1~2마리를 먹어요. 살아있는 먹이를 주면 뱀이 다칠 우려가 있어 기절시켜 줍니다. 큰 뱀은 작은 토끼를 좋아하는데 물은 항상 있어야 되고, 온도는 27~28℃가 적당합니다.”

그녀는 뱀을 기르면서 뱀의 생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뱀은 1년에 수차례 허물을 벗어요. 큰 뱀은 보통 3~4달에 1회 벗는데 허물을 벗기 전 동공이 탁해지고, 몸에 기름층이 생깁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한꺼번에 벗는데 성장과정이랍니다. 또 온도가 너무 낮거나 위협을 느낄 때 또는 컨디션이 나쁠 때 입을 벌리면서 ‘쉿’하는 소리도 냅니다.”

가끔 뱀을 다루다 물리기도 한다.

은지현씨(1학년)는 “독은 없어도 이빨은 날카롭습니다. 마치 주사기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끔해요. 어떨 땐 먹이인 줄 알고 놓지를 않는데, 이때는 어금니부분을 누르거나 물속에 뱀을 집어넣어 뺀다”고 했다.

이운강씨는 “구렁이 같은 토종뱀을 멸종위기동물로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인공번식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되면 토종 구렁이도 애완용으로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지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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